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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위 같은 '대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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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소위 같은 '대장'들

입력
2008.12.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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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은 소위, 부장은 대리'하는 식으로 군대나 회사에서 상관의 직위를 아랫사람들이 빈정대며 낮춰 부르는 경우가 있다. 군복무 시절, 연대장(대령)의 별명 역시 '김 하사'였다. 연대장이라는 사람이 만날 하는 일이라고는 직접 병사들 복장 검사나 하고, 시간만 나면 연병장에서 담배꽁초 줍는 일에 열중했기 때문이다. 딱 분대장(하사)이 할 일을 하고 다녔다. 훈련이나 작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황 판단이나 전략 수립은 신경 쓰지 않고 참모나 중대장에게 맡겨 버리고는, 사소한 일로 병사들의 사기만 떨어뜨렸다.

▦이런 별명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두 부류다. 하나는 지금의 자리에서 일을 해나갈 능력이나 지식, 자신이 없는 사람들이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다. 그도 바로 아래 자리까지는 실력을 인정 받았다. 그의 한계는 거기까지였다. 그러니 그때 잘하고, 익숙했던 일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또 한 부류는 작은 것까지도 "나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게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당연히 자신의 능력과 존재를 과신한다. 아랫사람을 못 믿는다. 게다가 너무 부지런하고 열정적이다. 매사에 철저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같은 대장, 과장 같은 사장 밑에 있으면 편하다. 그가 자기 일까지 해 주니 별로 할 일이 없다. 시키는 것만 하거나, 그가 유난히 신경 쓰는 한 가지 일만 수동적으로 챙기면 된다. 괜히 소신 있게 나섰다가는 당하기 십상이니, 창의력과 능력을 적극적으로 발휘할 마음도 나지 않는다. 속으로 무능을 비웃거나, 아니면 독선과 과욕 앞에 엎드려 있을 뿐이다. 미국 교육학자 로렌스 피터는 "사람들은 자신의 무능력이 드러나는 지위까지 오르려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과장, 하사라는 별명이야말로 '피터의 원리'의 증거인 셈이다.

▦'천 명도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만 명을 다스리게 하면 벼슬이 능력의 10배가 된다. 다스림은 하루하루 공부하여 알게 되는데, 하루 아침에 그것이 10배로 늘어날 수 없으니 결국 하나만 다스리고 아홉은 버리게 된다.' 묵자(墨子)의 말이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는 이런 말도 있다. '신하가 결정하면 때에 따라 간섭하여 저지하는 일이 있으나, 군주가 스스로 결정해 버리면 아무도 감히 저지하지 못한다. 뜻은 쇠약해지고 마침내 지치게 된다.' 대통령이 직접 공기업 감원비율까지 결정해야 하고, 곳곳에 자리를 차지한 새 사람들이 능력을 의심 받고 있는 요즘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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