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켐스 노조에 이어 농협 노조도 휴켐스 헐값매각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가 노조위원장이 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 면담한 뒤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면담 직후 사상 최대의 특별상여금이 지급돼 역시 입막음용 금품살포 논란이 일고 있다.
농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농협 노조는 2007년 1월2일자로 내부통신망에 '정대근 회장은 즉각 퇴진하라!'는 신문광고 문안을 게시했다.
광고 문안은 "여러 곳의 차명 부동산 보유설, 정권실세에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저가 매각 등 정대근 회장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철저히 수사할 것을 검찰에 촉구한다"고 돼 있다.
또 정 전 회장이 현대차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던 사안에 대해서도 "선고공판에서 파렴치한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 전 회장은 당시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에서 재판을 받으면서 확정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회장직을 유지하며 노조와 갈등을 빚었다.
그러나 이 광고 문안은 단 하루 만에 사라졌다. 당시 노조위원장이 정 전 회장을 면담한 직후다. 이후 정 전 회장을 상대로 한 노조의 강경투쟁도 함께 자취를 감췄고 1월, 2월, 12월 각각 100%씩의 특별상여금이 지급됐다.
농협 설립 후 사상 최대 액수였다. 농민들을 위한 조직으로 정부의 관리감독 하에 있는 농협이 일반 금융회사 뺨치는 돈 잔치를 벌인 것이다. 농협은 연봉 7,000만원 이상인 직원이 60%를 넘고, 1억원 이상인 직원도 15%를 넘는 고액연봉 조직이다.
당시 재판을 받고 있던 정 전 회장은 노조가 휴켐스 관련 검찰 수사를 촉구해 추가 비리가 적발되면 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절박한 상황이었다. 정 전 회장은 휴켐스 매각 과정에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20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농협 노조 이모 정책실장은 "당시 노조위원장이 정 전 회장을 만나 인사개혁을 단행할 것을 요구했고 정 전 회장이 고위급 인사부터 반영하겠다는 약속을 해서 광고문안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상여금 지급은 광고문안을 올리기 보름 전쯤에 이미 결정돼 있었다"고 주장했다.
사상 최대의 특별상여금을 받게 된 것도 그 해 실적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모 노조위원장도 "광고를 게재했다가 내리고, 이후 상여금을 받은 것은 맞지만 전혀 연관 관계는 없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권지윤기자 legend8169@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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