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남편과 결혼해 9년 전 서울에 정착한 베트남 출신 윙테오안다오(33)씨. 그는 요즘 두 딸 민지(10ㆍ중목초 3년), 민아(8ㆍ중목초 1년)와 베트남어로 수다를 떠는 재미에 고단한 한국생활이 조금은 즐거워졌다.
특히 민지가 전화로 베트남 외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누고, 외삼촌과 이모들에게 안부를 물을 때면 이제야 진정한 가족이 된 느낌이다.
윙테오씨가 한국에 온 것은 1999년. 베트남 호치민시 인근의 한 중소기업에서 파견근무를 하던 남편을 만나 현지에서 결혼한지 2년 만이었다.
남편을 따라 당시 갓난아이였던 민지를 안고 희망에 들떠 한국 땅을 밟았지만, 그의 삶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외환위기의 파고가 막 휩쓸고 지나간 한국은 길거리마다 실업자가 넘쳐 났고, 남편 직장에서 나오는 월급도 좀처럼 늘어나지 않았다.
결국 둘째 민아가 세상에 나온 지 4년 뒤인 2004년 5월, 자신도 생업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두 아이를 베트남 친정에 데려다 주기로 결심했다. "돈이 없어 놀이방도, 어린이집도 보내지 못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엄마 아빠에게 몇 년만 키워주면 다시 데리고 오겠다고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죠." 윙테오씨가 암담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어렵게 봉제공장에 취직을 했지만, 생활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더욱이 민지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나이가 돼, 베트남에서 다시 데려와야 했다.
윙테오씨는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어 베트남 친구에게 부탁해 민지를 데려왔다"며 "그 때 친정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2남5녀 중 막내로 태어나 귀여움을 독차지했던 그였기에 마음이 더 아팠다.
다행히 민지와 민아는 초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했지만, 윙테오씨 마음 한 켠에는 아쉬움이 많이 있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직후만 해도 엄마와 베트남어로 수다를 떨던 민지가 점차 말수를 줄이며 엄마와 멀어져 가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베트남어를 제법 알아듣는 민아도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베트남어로 아이들과 대화하며 진한 가족애를 느꼈던 그에겐 충격이었다. 윙테오씨는 "비록 지금은 가난하게 살지만, 장차 민지와 민아가 열심히 베트남어를 배워 베트남과 관련 된 일을 했으면 싶었는데"라며 답답해 했다.
그러던 그에게 지난 10월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하나금융그룹이 민지와 민아 같은 다문화가정 자녀를 대상으로 이중 언어능력을 개발해 주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는 내용이었다.
'하나 키즈오브아시아(Kids of Asia)'로 명명된 이 프로그램은 아동전문기관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외국어대 베트남어학과, 주한 베트남 유학생회가 공동 진행하는 언어 교육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이중 언어능력을 개발해 양국의 우호 증진과 교류에 가교 역할을 담당할 글로벌 인재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지난달 10월 28일 첫 발을 내디뎠다.
첫 지원대상은 베트남-한국 다문화가정 자녀들. 민지는 22명의 아이들과 함께 1기 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다. 민지는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전11시부터 오후3시까지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사옥 8층에서 열리는 '하나 Kids of Asia 학교'에서 베트남어를 배우고, 주중 하루는 한국외국어대 학생들로 구성된 멘토 자원봉사자들에게서 과외수업까지 받는다.
윙테오씨는 "민지가 한달 동안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더없이 행복해 한다"며 "이제 집에서 아이들과 베트남 말로 농담도 하고, 잔소리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민지가 이중 언어교육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베트남어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신 있게 말을 하게 된 것이다. 민아도 엄마와 언니가 베트남어로 얘기하고 베트남어 책을 읽는 모습을 보곤, 점차 베트남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민지의 학교 생활도 많이 변했다. 민지는 "친구들에게 베트남어로 얘기하면 너무 좋아하고 신기해 해요. 인기가 많아졌어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꿈도 생겼다. 어른이 되면 화가가 돼 외할아버지 얼굴을 꼭 그려주겠단다.
민아는 "할아버지가 많이 아파서 오래 살지 못한데요(윙테오씨는 아버지가 최근 폐암에 걸렸다고 했다). 전화로 외할아버지가 놀러 오라고 하는데, 우린 그럴 형편이 못 되잖아요. 보고싶은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윙테오씨는 "열심히 살다 보면 민지와 민아의 꿈이 이뤄질 날이 언젠가 오겠지요"라며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가 오래 갔으면 좋겠다.
■ 하나금융 사회공헌 활동 ‘나눔·문화·푸름’
하나금융그룹 사회공헌활동의 핵심 키워드는 '나눔, 문화, 푸름' 세 가지로 요약된다. 나눔은 소외계층을 위한 봉사활동을, 문화는 각종 문화활동에 대한 지원을, 푸름은 다양한 환경보호 활동을 포함한다.
특히 하나금융의 사회공헌활동은 소외계층에 대한 단순한 퍼주기를 떠나, 사회 구조적 문제를 면밀히 검토해 특정 계층을 집중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춰 호평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하나금융공익재단이다. 2006년 금융권 최초로 설립한 이 복지재단은 노인요양시설과 아동보육시설을 건립ㆍ운영하며,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노인들이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고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내 집과 같이 안락하고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저출산 문제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하나푸르니' 아동보육시설을 건립, 직장 여성들의 육아 부담도 줄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 지원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국내거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를 맞아 다문화가정이 차별 없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이중 문화적 강점을 가진 글로벌 인재로 키우기 위해 '하나 Kids of Asia'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부모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4만5,000권의 양국어 병기 도서를 제작ㆍ배포했다.
또 전국 각지에서 '베트남-한국 가족의 날' 행사를 꾸준히 개최하는 한편, 국립중앙박물관과 손잡고 베트남 수상인형극, 베트남 유물전시회 등 어머니 나라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체험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 부모 나라를 이해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진정한 일원으로 자연스럽게 포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임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2004년 하나사랑봉사단을 만들어 연간 4,800여명의 임직원이 일인당 10시간 이상의 자원봉사활동에 나서는 등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나눔 실천'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문화 공헌도 오래 전부터 하나금융이 힘써 왔던 분야다. 2004년부터 매년 봄, 가을 고객 대상의 미술전문과정을 열고 있고, 2006년부터는 클래식과 연극이 결합한 클래식 공연극 '하나여의도 클래식 음악회'를 매달 셋째 주 수요일에 개최해 지역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하나금융은 또한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푸른음악회와 어린이 환경포스터 그리기 대회, 임직원 자녀와 숲 찾아가기 행사 등을 펼쳐 환경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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