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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반' 하루 전화 800통·팩스 250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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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반' 하루 전화 800통·팩스 2500장

입력
2008.12.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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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르르 뚜르르"

여기저기서 울려대는 전화소리는 마치 콜센터를 방불케 했다. 사무실 한 켠에 놓인 3대의 팩스도 쉼 없이 수신자료를 쏟아내고 있었다. 낮 12시를 훌쩍 넘겼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못했다. 넘치는 서류를 챙기고, 관련 보고서 작성에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3층에 위치한 유동성지원반. 정부의 중소기업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인 '패스트트랙(Fast-track)'을 전담하는 곳이다.

지난 10월17일 출범한 유동성지원반의 현재 인원은 8명. 팀장 1명을 포함해 여신기획, 기업고객, 여신심사 등 7개 팀에서 실무진들이 나와 호흡을 맞추며 중소기업 대출을 담당하고 있다. 유동성지원반에서 얼마나 일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하냐에 따라 중소기업의 생사와 은행의 부실규모가 갈린다.

특히 중소기업들이 은행이 돈을 제때 풀지 않는다고 비난하고 정부도 연일 중기대출 확대를 압박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한다. 시중은행들이 중소기업대출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중기대출 전담 은행인 기업은행의 부담은 훨씬 더 크다.

일단 하루에 몰려드는 일의 절대량이 엄청나다. 전국 각 지점을 통해 들어오는 대출신청건수만 최소 30여개. 한건 당 관련 서류는 30페이지가 넘는다. 외부에서 팩스로만 들어오는 서류량만 하루 1,000여페이지가 넘는다. 또 금감원이나 신용보증기금에 줘야 할 서류도 이와 비슷하다. 팩스 3대가 하루에 소비하는 A4용지만 2,500여장에 이른다. 이 모든 것들 하루에 처리해야 한다.

전화통화도 1인당 100여건을 넘을 정도. 팩스 한번을 보내거나 받을 때 확인 전화만 5건이 기본이다. 하지만 업무 관련 통화면 그나마 다행. 대출을 못 받았다고 항의하는 전화와 위기에 빠진 회사를 설명하며 신세한탄을 하는 중소기업인들의 전화까지 이들의 몫이다. 업무 후에 보고서 작성, 업무 보고까지 하면 하루가 금새 간다.

이성호 유동성지원반 팀장은 "우리 스스로 우스개 소리로 '막차 인생'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연일 야근을 막차를 타고 퇴근해야하는 현실을 빗댄 것이다. 이모 차장은 "아침 7시 출근해 새벽 1시에 퇴근 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고 했고, 경기 기흥에 사는 최모(여성) 과장은 "아예 서울 시내 오피스텔을 잠시 빌려 쓰고 있다"며 "며칠 전에 3일만에 기흥 집에 들었갔더니 시어머니가 오랜만이라고 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저녁시간에도 패스트푸드로 때우기 일쑤라는 하소연까지 나왔다. 최근 은행권이 임금을 동결하고 구조조정을 한다는데 걱정이 없냐는 말에 "그런 걸 신경 쓴 틈도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팀장은 "우리가 어렵기는 하지만 돈이 필요한 중소기업들보다 어렵겠냐"고 반문했다. 마음 같아선 힘든 모든 중소기업에게 돈을 빌려주고 싶지만, 그럴 수도 없는 일. 그저 이 경제위기가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손재언 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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