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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타가 꽁꽁 언 연말 특수 녹이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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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산타가 꽁꽁 언 연말 특수 녹이러 온다

입력
2008.12.1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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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본 최대 유통업체인 이온그룹은 이달 중 계열사인 슈퍼마켓 체인 '자스코'를 통해 농산물구매본부를 한국에 설치한다. 배추를 비롯해 파프리카, 방울토마토, 매실 등 한국산 친환경 유기 농산물을 직접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들 농산물은 최근 원ㆍ엔 환율이 크게 오른 덕분에 한국산 수입품 가격이 일본산 제품의 3분의1 밖에 안 된다. 일본 유통기업이 우리나라에 직접 구매본부를 설치하긴 처음이다.

#2. 일본의 사무용품 및 가구 업체 우치다양행의 무카이 신이치 회장은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 2010년까지 1,000억원이 넘는 LED 조명을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삼성전기와 일진디스플레이 등 국내 11개 기업에서 LED 조명 부품을 수입, 조명 기구로 상품화한다는 계획이다.

산타 대신 일본인이 오고 있다. 원ㆍ엔 환율이 크게 상승하며 구매력이 커진 일본인 관광객들이 대거 우리나라를 찾고 있는데다, 한국산 부품이나 농수산물을 수입하기 위해 방한하는 일본 기업인도 잇따르고 있다. 사라진 크리스마스 특수를 일본 특수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일본 고객의 요구(니즈)에 맞춘 다양한 상품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제언이다.

도쿄발 서울행 비행기는 만원

가장 먼저 일본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곳은 항공업계이다. 1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12월 일본(도쿄ㆍ오사카ㆍ후쿠오카)에서 출발, 서울로 입국하는 일본인 고객의 예약률은 전년 동기대비 35%나 급증했다. 1월 예약률도 26%나 늘어난 상태인데, 시간이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 현재 연말연시 예약률이 김포~하네다 노선의 경우 80%를 넘어섰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다음주면 연말연시 일본 노선 예약이 모두 마감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이런 수요 급증에 맞춰 1일부터 김포~오사카 노선을 새로 취항했다.

선봉대는 일본 유통업체이다. 자스코에 이어 이도요카도, 다이에 등 일본 대형 유통업체들이 잇따라 한국산 농산물 직접 수입을 타진하고 나섰다. 최근 한국무역협회가 가진 일본 바이어 초청 상담회는 일본 업체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한국산 배추, 없어서 못 판다

실제 일본 대형 유통매장에선 한류 열풍까지 겹쳐, 전남 남도식품의 '고시레' 배추김치가 매달 10만(300g 기준)개 이상 판매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리 시장에선 제 값을 받지 못하는 농산물이 일본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광반도체 부품 업체인 고덴시의 나카지마 히로카즈 회장도 최근 한국으로 날아와 우리 기업들의 부품 소재 구매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신뢰성이 확보된 한국 광전자부품을 활용, 일본 내 다른 업체와의 경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서 부품ㆍ소재의 안정적 공급원을 추가 확보할 수 있게 되면 일본 기업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소니ㆍ도요타에 사절단 파견

이처럼 일본의 한국산 부품ㆍ소재 구매 의사가 잇따르자, 지식경제부는 내년에 아예 소니와 도요타 등 일본 개별 기업들이 요구하는 부품ㆍ소재 기업들을 한 데 묶어 파견키로 했다. 지경부 관계자는 "원ㆍ엔 환율 상승에 따라 가격경쟁력이 커진 만큼 맞춤형 사절단을 파견,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엔고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는 만큼, 단기적 특수에 만족하기 보다는 장기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원ㆍ엔 환율이 올랐다고 해도 특수를 누릴 만한 품목은 한정돼 있고, 일본 관광객이 늘었다고 해도 이들이 사는 상품은 아직 제한적인 만큼 일본인 니즈에 맞춘 상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며 "신뢰성을 중시하는 일본 시장의 특성상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일근 기자 ikpark@hk.co.kr

유인호 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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