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떠난 문학이 이상적이긴 하지만 그것이 가능한 환경과 국가가 얼마나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소설가 이문열(60)씨는 11일 오후 서울 성북동 스웨덴 대사관에서 주한 외교사절로 이뤄진 서울문학회 초청으로 행한 강연에서 문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같이 밝혔다.
이씨는 '나의 삶과 문학'이라는 제목의 강연 뒤 "문학이 항상 정치적이어야 하느냐?"라는 알레한드로 보르다 주한 콜롬비아 대사의 질문에 "한국과 같이 정치적인 것이 사람의 삶과 행복에 영향력을 가진 사회에서는 정치적인 것에서 벗어난 문학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씨는 이날 강연에서 "우리가 흔히 현대문학의 효시라고 여기는 작가들은 모두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여기에 일본의 식민지배 경험은 문학인들에게 특정한 민족주의적 성향을 요구하게 했다"며 "한국 현대문학은 출발부터 문학 그 자체보다 어떤 이념적 지향, 정치 성향이 더 중요하게 관찰되는 문학이 된 것"이라며 자주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빠지는 한국문학의 특수성을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러한 배경하에서 마르크시즘과 전통적 보수주의, 헬레니즘ㆍ헤브라이즘과 유교적 이데올로기간의 모순이 자신의 문학적 위치를 규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어렸을 때 아무런 감정 없는 두 아이를 불러다 마주보고 따귀를 때리게 하면 결국 감정이 생겨나는 것처럼, 그런 애꿎은 따귀 때리기 과정을 통해 나는 이 나라의 대표적인 보수 우파 문인 자리를 획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에는 스웨덴 대사와 콜롬비아 대사를 비롯해 레안드로 아레야노 주한 멕시코 대사, 브라이언 맥도날드 주한 유럽연합(EU) 대표부 대사 등 30여 명의 주한외교사절과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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