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시위 진압용 물대포를 20m 이내 근거리에서는 직접 시위대를 향해 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있는 규정도 지키지 않던 경찰이 아예 규정을 없애 물대포를 마구 쏘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했다.
경찰청은 10일 "그동안 물대포의 근거리 직사(直射)를 금지하는 경찰청 훈령과 근거리 직사를 허용하는 경찰청장 지침이 상충돼 혼선이 빚어졌다"며 "물대포의 거리 제한 규정을 없애는 대신 사용요건을 강화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촛불집회 당시 5~10m 떨어진 시위대에게 직접 물대포를 쏘아 규정 위반 논란이 일었는데, 규정 단일화를 명분으로 근거리 직사 금지 규정을 슬그머니 없앤 것이다.
경찰은 우선 9일부터 시행된 경찰장비관리규칙에서 '20m이내의 근거리 시위대를 향해 직접 살수포를 쏘아서는 안된다'는 규정을 삭제하고 '물포의 거리와 수압 등은 현장 상황을 고려해 최소한도로 한다'로 대체했다.
경찰은 또 물대포 운용에 관한 세부적인 사항은 경찰청장 지침인 '물포 운용지침'을 따르도록 해 그동안의 혼선을 정리했다. '물포 운용지침'에는 거리 제한 규정이 없고 거리에 따른 수압 기준치만 설정돼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장비관리규칙은 구식 장비를 쓰던 1990년대에 규정돼 신형장비가 도입된 뒤 만들어진 물포 운용지침과 충돌했다"며 "물포를 근거리에서 쏘더라도 시위대의 부상 위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아울러 물대포를 쏘기 전에 3회 이상 경고방송을 하는 등 사용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물포 운용지침을 개정키로 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시위 진압장비를 사용할 때는 최소한의 원칙을 지켜야 함에도 그 선마저 무너뜨린 경찰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반발했다.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촛불집회 당시 물대포 직사로 부상자들이 속출했다"며 "경찰이 수압을 조절한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질 지 의문"이라고 반박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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