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을 마시거나 양치질을 할 때 이가 시린 것이 당연할까? 아니다. 건강한 치아는 차고 뜨거운 외부 자극에도 시리지 않는다.
시린 증상은 치아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신호다. 시리다는 느낌도 일종의 약한 통증이다. 이를 방치하면 치아가 급속히 악화하면서 시린 자극보다 더한 아픔을 느끼게 된다.
건강한 치아는 잇몸과 치아의 단단한 법랑질 껍질이 치아 안쪽 상아질을 보호한다. 하지만 건강한 치아 조직이 손상되거나 노화되면 외부의 자극이 치아 신경에 직접 전달돼 통증을 일으킨다.
시린 원인은 잘못된 칫솔질 습관이나 노화 현상에 의해 잇몸이 내려가 치아 뿌리가 노출되거나, 치아의 씹는 면이 심하게 마모되거나, 치주질환이 심하거나,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진 경우 등 다양하다.
■ 양치 버릇과 보철물 재점검해야
시리게 만드는 대표적 치아질환은 충치다. 충치가 치아 안쪽의 신경 부분까지 진행되면 시리게 된다.
특히 금니 등 보철물은 교체 시기가 지나면 치아와의 사이에 들뜸 현상이 나타나고 그 사이로 음식물 찌꺼기가 들어가 충치를 다시 유발해 시리게 된다. 따라서 장착한 지 5년이 넘은 보철물은 매년 1~2회 정기 검진해야 한다.
치경부(치아와 잇몸 사이의 경사진 부분) 마모가 생겨도 심하게 시리다. 치아 겉을 둘러싼 단단한 법랑질이 닳으면 연한 상아질만 남는데, 상아질은 치아신경 부분과 가까워 뜨겁거나 차면 시리게 된다.
흔히 좌우로 세게 칫솔질을 하면 많이 생기고, 이를 꽉 무는 버릇이 있어도 치경부에 압력이 가해져 마모 파절 현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일단 치과에 가서 올바른 칫솔질 교육을 받아야 한다. 마모가 심하면 레진(인공충전물)으로 메워야 한다.
■ 잇몸이 붓고 피나는 풍치 방치 말아야
이가 빠지거나 충치 등으로 치통이 극심하면 곧바로 치과 진료를 받지만, 시리면 나이 들면서 누구나 겪는 당연한 증상이라고 여겨 방치하게 된다.
그러나 방치하면 잇몸뼈가 녹고 치아뿌리가 드러나는 등 무서운 치주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충치나 사고로 인한 치아 상실은 한두 개로 그치지만, 치주질환으로 치아를 잃는 경우 한두 개 빠지는데 그치지 않는다.
치주질환은 치아 주변의 잇몸과 치주인대, 치조골 등에 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치아 주위 조직이 바람 든 것처럼 붓고 피가 난다고 해서 풍치(風齒)라고도 한다. 충치가 20세 이전에 잘 생긴다면, 풍치는 30세가 넘어 주의해야 할 질환이다.
주 원인은 치태와 치석이다. 미세한 세균 덩어리인 치태가 오래 돼 딱딱하게 굳으면 치석이 된다. 이런 치석이 잇몸에 쌓이면 염증이 생기면서 치주질환으로 악화한다.
치주염은 치아를 떠받치는 주변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염증이 심해져 치조골까지 번지면 치아를 지탱할 수 없어 멀쩡한 치아를 잃게 된다.
치주염은 심각히 악화할 때까지 시린 느낌 빼고는 별다른 통증을 느끼지 못해 방치하게 된다. 그러다 치주염이 많이 악화해 잇몸이 붓고 심하게 피가 나고 통증이 생겨야 치과를 찾는다. 이 때에는 치아를 빼는 수밖에 없다. 심하면 젊은 나이에 틀니를 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 중증 치주염은 수술 필요
이미 치주질환이 걸렸다면 치석제거술과 같은 잇몸치료를 통해 건강한 잇몸으로 회복해야 한다. 중증 치주염으로 잇몸뼈가 녹아 내리고 치아 뿌리가 드러난 경우 잇몸을 절개해 세균과 염증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 뒤 인공뼈를 이식하는 치조골 이식술이나 내려간 잇몸을 새로 만들어 주는 치은이식술을 받아야 시린 증상이 완화된다.
풍치 환자는 한꺼번에 여러 개의 치아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아 씹는 즐거움과 맛을 느끼는 부분에서 자연 치아와 90% 이상 비슷한 임플란트 시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예전에 하던 틀니나 브리지는 오래 사용하면 잇몸과 잇몸뼈에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비용 측면에서 고민이 된다면 임플란트와 함께 병행해 시술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만, 임플란트는 심한 당뇨병이나 간질환, 심장질환자의 경우 시술이 어려운 경우도 있어 사전에 전문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임플란트 식립 후에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치아를 오래 보존하는 방법이다.
■ 주기적인 스케일링과 올바른 양치 습관을
이가 시린 것은 치아나 잇몸에 문제가 있다는 경고신호다. 또한 이가 시리면 자연히 칫솔질을 소홀히 하게 되고 충치나 치주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따라서 방치하지 말고 증상이 발견되면 즉시 원인을 찾아 치료 받아야, 치아나 잇몸 상실을 막을 수 있다.
양치질 습관도 중요하다. 거친 칫솔모를 사용하거나 옆으로 문지르는 칫솔질은 치아나 잇몸을 마모시킬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또한 스케일링을 주기적으로 해서 치태와 치석을 없애는 것도 치아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이다.
●도움말한강성심병원 치과 김미?교수, 포샤르치과 박태용 원장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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