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느냐 떠나느냐'
국회 보좌관들의 대 이동이 시작됐다. 정신없이 바쁜 국정감사와 정기국회가 끝나고 예산결산안 심사도 막바지인 최근이 의원실마다 새로운 참모진을 꾸리기에 적기이기 때문이다.
국감이 끝난 뒤 국회 홈페이지엔 보좌진 채용 공고가 60여건이나 게시됐다. 비공개 채용도 수십 건에 달한다. 매년 1월이면 100여 명의 보좌진들이 바뀐다는 게 국회 내 비공식 통계다.
교체의 가장 큰 물살은 의원들의 문책성 인사다. 국감 기간 담당 의원을 '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물갈이 당하는 경우다. 17대 A의원실의 경우 보좌진 전원이 교체됐는데, 그 배경은 의원을 '뉴스메이커'로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새롭게 구성한 보좌진에게도 '1면 톱 기사 보도'를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소문이 돌았다.
해당 상임위에 대한 보좌관의 전문성 부족이 드러나 교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관계자는 "선거운동에 대한 대가로 보좌관직을 줬다가 업무수행 능력의 미달로 내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보좌진 스스로가 이동을 자처하는 경우에는 종종 인격적 모욕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S 의원은 4년 동안 20여명의 보좌진을 교체하는 등 잦은 물갈이로 유명하다. 잦은 욕설에다 '너는 이정도 밖에 안되냐' '일을 이따위로 하느냐' 등의 비하 발언도 서슴지않는다고 한다.
과중한 일에 대한 부담감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공식 업무 외에 사적인 업무 부담을 지우는 의원들이 많아서다. 17대 B의원은 보좌진들을 자신의 지역구에 내려보내 농사짓는 일까지 시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같은 의원실 내 구성원들간의 갈등도 한 이유다. 4급 보좌관이 2명이다 보니 둘 사이의 의견충돌이 벌어질 때가 있다.
15년 경력의 한 한나라당 보좌관은 "여러 이유로 옮겨 다니는 보좌관들이 많다 보니 불안정한 직업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불안정한 보좌진 직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보좌관전문 커뮤니티인 '좋은 보좌관'의 김학영 이사장은 "수년간 활동한 보좌진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활용하는 방안으로 국회 사무처나 입법조사처 등에서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영 인턴기자(이화여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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