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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벼락치기 예산심사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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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벼락치기 예산심사 이제 그만

입력
2008.12.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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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합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 계수조정회의가 열린 10일 국회 6층 회의장. 마음이 다급해진 한나라당 의원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 심의를 신속히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여야 합의로 정한 12일까지 밀린 숙제인 내년도 나라살림 283조8,000억원에 대한 심사에 속도를 내자는 것이었다. "고등학교 3학년 이후 하루에 3시간 자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푸념까지 나왔다.

이처럼 예결특위 소위 위원들은 요즘 시간에 쫓기며 매일 날밤을 새고 있다. 심사 첫날인 1일부터 심사 일정 재조정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닷새를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급기야 심사 속도를 내겠다며 10일 계수조정 소위 밑에 감액과 증액을 담당하는 소(小)소위를 구성키로 결정했다. 비공개를 원칙으로 여야 의원 6명으로 나눠 예산안을 일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하면 수박 겉도 핥지 않고 정부가 제시한 '3줄 짜리' 의견서만 가지고 밀실에서 합의 처리될 수도 있어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야는 이미 공개적으로 진행되는 계수조정 소위의 심사에서조차 대놓고 감액 대상과 규모를 정부와 흥정하듯 결정하고 있다. 정작 예산의 적절성 여부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도 않고 있다.

이는 소위의 잘못만도 아니다. 여야 지도부가 정쟁으로 날을 새다 헌법이 규정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을 훌쩍 넘기며 벼락치기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지금의 행태는 마치 초등학생이 방학숙제를 하루에 해치우는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숙제를 못하면 그 학생만의 손해에 그치고 말지만 국가 예산의 졸속심사는 나라를 휘청거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고성호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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