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주요혐의 3가지 중 2가지를 정대근 전 농협
회장과의 관계 속에서 풀어야 한다.
우선 박 회장이 2005년 5월부터 8월까지 세종증권 주식을 본인 명의와 차명으로 집중 매입한 뒤 그해 12월에 팔아서 2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기는 과정에 정 전 회장의 미공개 정보제공이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
정 전 회장은 2005년 2월 노건평씨로부터 청탁 전화를 처음 받고 세종증
권 인수를 적극 고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이 세종증권 인수를 공식 발표한 시점은 그해 12월. 검찰은 정 전 회장
이 청탁을 받은 시점, 박회장이 주식을 매입한 시점 등을 종합할 때 두 사람사이에 정보교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박회장이 얻은 시세차익 중 20억원이 2006년 1월 차명으로 정전회
장에게 전달된 것도 정보제공에 대한감사 표시였을 수 있다. 다만,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는 농협의 인수 결정라인이 아닌 제3자를 통해 한단계만 더 거쳐 정보가 전해졌어도 처벌할 수 없고, 또 문서 등의 증거가 없으면 입증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다.
다음은 농협 자회사 휴켐스 헐값매각 의혹이다. 박회장이 정 전 회장에게 제공한 20억원은 시점상으로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세종증권 정보제공사례이거나, 휴켐스를 헐값에 인수한 대가일 수도 있다.
박 회장은 5개 금융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2006년 6월 휴켐스를 인수했는데, 처음 응찰 가격보다 322억원 깎은 1,455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경쟁에서 2위 업체가 제시했던 응찰가보다도 70억원이나 낮은 값이었다.
박회장이 휴켐스 헐값인수 대가로 로비자금을 제공한 것이 드러나면 뇌물공
여죄가 성립될 수 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수사결과에 따라 박 회장이 (정 전 회장과 함께)배임의 공범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명이 공모해 농협에 손해를입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세포탈 혐의는 사실상 확정됐다. 검찰은 탈세액이 총200억원대 후반이라
밝히고 있다. 홍콩법인을 통해 800억원의 개인배당금을 받고도 개인소득세
200억원가량을 내지 않은 것과 세종증권과 휴켐스 주식을 차명으로 거래해
수십억원의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것이다.
현행법상 주식 3%, 혹은 시가총액 100억원 이상의 지분을 가진 주주는 주식매매차익의 20%를 양도소득세로 내야 한다. 박 회장은 차명거래 탈세는 인정하고 배당금 탈세는 부인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홍콩법인
을 운영하면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에 조세포탈 혐의는 명시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외 혐의도
영장에 포함할 것인지, 신병확보 후 수사를 더 진행해서 혐의를 확정할 것인지 검토 중이다.
물론 이 세가지가 박회장이 받고있는 혐의의 전부는 아니다. 경남 진해와
김해에 위장계열사를 세워 돈을 빼돌렸다는 혐의 등 추가로 확인해야 할 의혹이많다. 이 부분은 특히 정치권 로비자금 조성 의혹과 맞물려 큰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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