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이하 하이닉스)의 부활은 가능할까.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어온 하이닉스가 채권단으로부터 8,000억원 규모의 자금 지원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감한 투자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기본적인 회사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일단 급한 불은 끈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 경기 침체의 지속으로 반도체 시장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올해 적자 규모가 채권단의 지원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여 하이닉스가 안정 궤도에 진입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전망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나
하이닉스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올 들어 주요 생산품목인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급락하면서 실적과 재무상태가 급격히 나빠졌기 때문이다. 1기가비트(Gb) D램 고정 거래 가격은 연초 대비 40%, 8Gb 낸드플래시 가격은 80%나 폭락했다.
이 때문에 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4,6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4분기에는 적자 폭이 8,000억원대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 경우 올해 연간 영업적자는 1조8,000억원에 달하며, 원ㆍ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1조4,000억원의 외환손실을 포함하면 순적자가 4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이닉스의 올해 순차입금 규모는 2006년에 비해 무려 5배 가량 증가한 6조6,000억원에 달한다.
내년 반도체 시황이 관건
하이닉스 측은 채권단의 지원 소식이 전해지자 "유동성 위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는 못하겠지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 의사를 나타냈다. 일단 회생의 발판은 마련됐다는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이닉스는 채산성 악화로 이미 가동을 중단한 미국의 유진공장과 경기 이천 M7공장, 청주 M9 공장 등의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경기 용인 연수원과 벽제의 옛 현대유니콘스 야구장 등을 매각할 경우 최소 5,000억원에서 1조원의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문제는 내년까지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반도체 시황 회복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컴퓨터(PC)와 휴대폰 등 수요 산업의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해 하이닉스의 회복 시기도 그 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하이닉스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내놓은 비핵심 자산의 매각 여부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한국투자증권 노근창 연구원은 "채권단의 이번 지원 규모는 불확실했던 하이닉스의 미래 비전을 다소나마 밝혀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하지만 현재와 같은 반도체 시황이 내년 상반기를 넘어서까지 지속된다면, 금융권의 도움으로 추진하는 하이닉스의 자구노력도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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