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63) 태광실업 회장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화삼(61ㆍ구속)씨와 함께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 3인방'으로 통했다. 경남 김해에 뿌리를 둔 지역 기업인으로,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노무현 후보 캠프에 불법 정치자금 7억원을 제공한 혐의로 벌금 3,000만원을 선고 받으면서 졸지에 유명세를 탔다.
박 회장과 노 전 대통령의 연결고리는 바로 노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66ㆍ구속)씨였다. 경남 밀양 출신인 박 회장은 1971년 현 태광실업의 전신인 정일산업을 김해에 설립하면서 당시 세무공무원이던 건평씨와 인연을 맺었다. 박 회장의 말처럼 "조그만 시골도시에서 가끔 만나 술 한 잔 하고 얘기하는 사이"였다.
그러다가 1988년 노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출마를 계기로 박 회장과 건평씨는 본격적인 친분을 쌓게 됐다. 동생을 돕기 위해 건평씨가 내놓은 김해 일대의 임야를 박 회장이 4억5,000만원에 구입하면서 '후원자'로 나선 것이다. 2002년 노 전 대통령의 대선출마 때도 건평씨한테서 거제도 별장을 10억원에 사들인 사람이 박 회장이었다.
정대근(64ㆍ수감 중) 전 농협 회장과의 인연도 깊고 오래됐다. 일단 박 회장과 정 전 회장은 고향이 같고 나이도 한 살 차이에 불과하다. 정 전 회장은 밀양에서 태어나 이 지역 농협 조합장만 24년 동안 지냈다. 박 회장과 마찬가지로 지역 내 유력 인사였던 셈이다. 박 회장은 "정 전 회장과 특별한 친분은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주변에서는 동향에다 비슷한 연배, 사실상 같은 생활권인 김해와 밀양에서 지역 유력인사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이들 간에 꾸준한 교류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 회장은 이들과 관계를 유지해 오는 동안 여야를 가리지 않고 후원금을 건네 정치권에선 '큰손'으로 통했고, 해외 사업장이 있는 베트남에서는 국빈 대우까지 받는 등 부산재계 거물로 승승장구했다. 2001년부터 줄곧 김해상공회의소 회장도 맡아 재벌들과의 교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기내 만취난동'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이번 검찰수사로 그 또한 이미 영어(囹圄)의 몸이 된 수십년지기 동향 친구들의 뒤를 따를 처지에 놓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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