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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가 '매관매직' 발각… 미국 발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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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사가 '매관매직' 발각… 미국 발칵

입력
2008.12.11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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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노이 주지사의 부패행각이 미국 정계를 흔들고 있다.

미 연방검찰은 9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상원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자리를 돈을 받고 팔려고 한 혐의로 라드 블라고예비치(51) 일리노이 주지사와 비서실장 존 해리스를 각각 자택에서 체포해 독직과 사기, 뇌물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에서는 상원의원이 임기 도중 사망 또는 사퇴할 경우 해당 주의 주지사가 후임자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블라고예비치는 검찰 조사 결과 자신의 재선 선거자금을 마련할 목적으로 상원의원 자리를 '경매'에 부쳤고, 만족할만한 금액을 제시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자신을 상원의원에 임명해 2016년 대선에 출마할 야심을 세웠던 것으로 밝혀졌다.

매관매직이 주된 혐의지만 그가 지금까지 저지른 각종 부패 혐의는 "무덤에 누워있는 링컨을 돌아눕게 할 정도"라고 패트릭 피츠제럴드 담당 검사는 밝혔다. 연방수사국(FBI)의 시카고 지부장인 로버트 그랜트는 "어지간한 범죄에는 놀라지 않는 FBI 요원들 조차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비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블라고예비치 주지사는 프로야구팀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를 매각하는 문제와 관련, 이 구장을 소유하고 있는 트리뷴 그룹에 산하 일간지인 시카고 트리뷴의 편집진을 해고하지 않으면 주정부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신문이 자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17만달러인 주지사 연봉이 적다며 비영리단체나 노동조합 관련 단체 등에서 30만달러 가량의 연봉이 보장되는 자리를 물색했으며, 자신의 아내를 연봉 15만달러의 기업체 이사에 앉히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도 자신의 선거운동에 거액을 기부한 개인과 기업에 주정부 발주계약을 나눠주고 공직에 임명하는 등의 특혜도 베풀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그를 체포한 FBI는 법원의 허가를 받아 한달간 그의 사무실과 자택에 도청장치를 설치,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그러나 오바마 당선자가 후임자 임명과 관련, 블라고예비치와 협의를 했거나 그의 비리를 알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내용은 일절 없다고 밝혔다.

블라고예비치는 대선기간 중 일찌감치 오바마 지지를 선언했지만 오바마는 일리노이주 민주당 인사 중 유일하게 그에게 민주당 전당대회 초청장을 보내지 않는 등 온갖 비리로 구설수에 올라 있던 그와 거리를 둬 왔다.

하지만 블라고예비치의 파렴치한 행각은 오바마 당선자에게도 정치적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언론들은 오바마가 그의 비리에 연루되지는 않았으나 오바마의 초기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하고 있고, 공화당도 이 사건에 대한 오바마의 수동적인 태도를 쟁점화할 기세이다.

시카고 트리뷴 등에 따르면 오바마는 "대선 전후 주지사와 한마디도 논의한 적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폭스뉴스와 CNN 등은 오바마가 블라고예비치와 악수하는 사진 등을 반복해 방영하면서 둘의 관련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백악관 선임고문으로 내정된 데이비드 액설로드가 지난달 23일 상원의원 인선과 관련, "오바마가 주지사와 이에 대해 대화한 것으로 안다"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밝혀 오바마가 블라고예비치의 비리를 사전에 전혀 몰랐는지가 정치권의 논란거리가 될 전망이다.

블라고예비치는 2002년 일리노이 주지사로 당선된 뒤 2006년 재선에 성공한 세르비아계 혈통이다. 그가 기소됨으로써 상원의원 임명권에 대한 법적 권리 여부가 논란의 초점으로 대두되고 있으나 그가 주지사직에서 물러나지 않는 한 상원의원 임명권은 유효하다는 게 언론의 지적이다.

특히 그가 자신의 무죄 입증을 자신하면서 사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어 법을 바꾸지 않는 한 그의 권한을 박탈할 수는 없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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