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발표된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은 몇 가지 특징을 띠고 있다. 우선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등 주요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대폭 상승하면서 변별력 확보에 성공했다. 영역별로 까다로운 문제가 2, 3문항씩 출제되면서 상위권과 중위권을 구분하는 '옥석 가리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특히 수리영역은 점수제 수능으로 치러졌던 2007학년도에 비해 최고점이 수리 '가'형은 9점, 수리 '나'형은 18점이나 뛰어 주요 대학의 합격자 선별에 핵심 지표가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수리'나'형과 사회탐구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 비율이 수리'가'형과 과학탐구에 비해 높아 인문계 최상위권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커졌다.
유성룡 이투스 입시정보실장은 "최상위권 수험생이 선호하는 주요 대학의 경영대와 자유전공학부 등은 어느 해보다 수리 영역이 당락에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 수리 표준점수 최고점 다른 영역 압도
수리 '가'형의 표준점수 최고점은 154점, 수리 '나'형은 158점으로 나타났다. 각각 145점과 140점을 기록한 2007학년도 수능과 비교하면 상승폭은 두드러진다. 그만큼 수리영역이 어렵게 출제됐다는 의미다. 수리는 언어(140점)와 외국어(영어ㆍ136점)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도 훌쩍 뛰어넘었다.
서울대(29.4%), 연세대(30%), 성균관대(30%) 등 주요 대학들은 자연계열 모집단위에서 수리영역의 반영 비중이 다른 영역보다 월등히 높다. 또 서울대처럼 최근 인문계열에서 수리 반영 비율을 늘리는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대입 합격의 키는 수리영역이 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수리영역 간 표준점수 역전 현상은 발생하지 않았다. 표준점수 최고점은 수리 '나'형이 '가'형보다 4점 높았다. 2007학년도에는 수리 '나'형이 쉽게 출제된 데다 자연계 상위권 수험생들이 대거 응시해 평균점수를 끌어 올리는 바람에 '가'형 표준점수가 더 높았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관계자는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주로 '가'형에 많이 응시하기 때문에 표준점수가 '나'형보다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위권의 경우 수리 '나'형 응시생들이 다소 유리한 듯 보이지만 교차 지원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대부분 대학이 교차지원을 허용해도 수리 '가'형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어 '가'형 응시생의 불이익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탐구영역 유ㆍ불리 완화
탐구영역은 올해도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최고점 차이가 컸다. 사회탐구 과목별 표준점수 최고점은 69~83점으로 최대 14점의 격차가 났고, 과학탐구는 67~73점으로 6점이었다.
그러나 사회탐구의 경우 경제(83점)만 유독 최고점이 높았을 뿐 나머지 과목들은 대체로 비슷한 분포를 보여 과목 선택에 따른 유ㆍ불리 현상은 다소 둔화됐다는 분석이다. 과학탐구도 최고점 격차가 2007학년도(16점)에 비해 10점이나 줄었다.
아랍어 채점 결과는 2009학년도 수능에서 가장 특이한 현상으로 꼽힌다. 제2외국어 및 한문영역에 속한 아랍어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100점으로 나타나면서 프랑스어(69점) 와는 차이가 31점이나 벌어졌다.
평가원은 "아랍어는 별도의 과목을 개설한 학교가 한 곳도 없어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고득점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올해 2만명 이상의 아랍어 응시생 중 162명이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았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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