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소비자들을 실망시켰으며, 때론 신뢰를 저버리고 소비자들을 배신했다." 그간 소비자를 외면해왔던 제너럴모터스(GM)가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 뉴스> 최근호에 '참회의 광고'를 실었다. 영원한 자동차 제국을 꿈꾸며 달려왔던 GM이 창사 100년 만에 소비자들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오토모티브>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 침체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본토 '빅3'가 붕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빅뱅'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자동차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눈물의 세일'에 나서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지갑을 꽁꽁 닫은 채 자동차 구매를 피하고 있다.
주요 업체별로 판매량이 30~50%씩 급감하면서 이제 감산과 감원을 넘어 회사를 팔아야 하는 벼랑끝 위기에 몰리는 곳도 나오고 있다. 기존 인수ㆍ합병(M&)이 도약을 위한 것이었다면, 지금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으로 변한 셈이다.
최우선 M&A 대상으론 산소 호흡기로 연명해야 할 GM과 크라이슬러가 꼽힌다. 상대적으로 형편이 났다는 포드도 예외는 아니다. 9일 밤(현지시간) 이들 빅3 업체에 150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지원하는 구제금융법안에 대해 민주당과 정부가 원칙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향후 법안 통과와 함께 M&A 논란도 가열될 전망이다.
빅3 구조조정의 핵심은 GM과 크라이슬러의 합병이다. 그간 위기론 증폭되는 가운데 단순 합병이 논의됐다면, 지금은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쪼개 파는 방식이 부상하고 있다. 예컨대 GM은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부문 등을 인수하고, 크라이슬러의 지프 브랜드는 르노에게 넘기는 형태다. 크라이슬러 대주주인 서버러스는 물론, 생사 여탈권을 쥔 미국 정부도 이 방안에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 재규어와 랜드로버를 내다판 포드는 자회사인 볼보 매각을 적극 검토 중이다. 보유 중이던 일본 마쓰다 지분도 대폭 축소(33.4%→13.4%)했다.
이 같은 빅3의 재편 움직임은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인 일본 도요타와 혼다, 유럽 포르셰와 폴크스바겐, BMW, 그리고 현대ㆍ기아차와 중국 신흥 자동차업체 모두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경기 침체 상황을 고려해 빅3의 브랜드 매각을 외면하자니 향후 경쟁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크고, 그렇다고 지금 인수하자니 회사 전체의 생사 여부가 불확실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대부분의 글로벌 메이커들은 '정중동'의 자세다. 굳이 급하게 인수 의사를 피력해 매매 조건을 불리하게 끌고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막대한 현금을 보유한 도요타가 가장 원거리에서 M&A 진행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소형차와 친환경 하이브리드차 부문에서 이미 앞서가고 있는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게 도요타의 계산이다. 유럽 메이커들도 르노를 제외하곤 모두 수면 아래에 있다.
반면, 정부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상대적으로 외형 확대에 적극적이다. 중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치루이자동차는 최근 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 관계가 끊어지긴 했지만, 이 회사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볼보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중국 창안자동차도 M&A에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대 김필수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빅3가 빅2로 재편되는 것을 계기로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며 "고급브랜드 인수를 통해 기술력 확보 및 판매 확대를 노리는 중국과 영역 지키기에 나서려는 기존 글로벌 메이커 간 경쟁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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