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은 최근 대우조선해양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장교동 그룹 사옥을 비롯 소공동 한화금융프라자 빌딩, 여의도 한화증권 빌딩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당초 추진했던 외국자본 및 국내 자본 유치가 쉽지 않자 최후 수단인 부동산 매각에 나선 것이다.
#미국계 금융회사인 메릴린치는 자금 압박으로 인해 서린동 소재 SK빌딩을 내년에 다시 SK그룹에 팔 계획이다. 메릴린치는 조만간 SK그룹과 매매 협상에 들어갈 예정으로 현 시세로 6,000억원에 달하는 이 빌딩 매각을 통해 1,60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이 부동산 처분에 나섰다.
현재 기업들의 지상과제는 현금확보. 언제 끝날지 모를 이 불황기를 넘기려면 가급적 많은 현금을 비축해놓는 것이 최선이다.
부동산 매각도 이런 맥락. 기업 입장에선 수천억원대 부동산을 그냥 '깔고 앉아' 있느니, 이를 팔아 현금을 손에 쥐는 것이 훨씬 효과적적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처분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주로 대형 M&A를 성사시킨 기업들이다. 인수대금확보를 위해 불리한 조건으로 차입하느니, 차라리 보유부동산을 털어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물론 처분대상 부동산은 본사사옥도 예외가 아니다.
대우조선인수에 성공한 한화그룹의 경우 장교동 한화빌딩, 소공동 한화프라자빌딩, 여의도 한화증권빌딩 등 3개 빌딩을 모두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룹의 역사가 깃든 상징성 강한 건물들이지만, 그런 '명분' 보다는 실탄확보를 위한 '실용'을 택했다. 한화는 이들 건물매각을 통해 약 1조원 가량을 확보한다는 구상인데, 요즘 같은 부동산경기 침체기에 마땅한 원매자가 나설지가 미지수다.
한화는 기대했던 개발계획이 무산된 시흥 군자매립지에 대해 재매각도 추진중이다. 한화는 경기 시흥시와 체결했던 매매계약이 감사원 조치로 취소됨에 따라, 당장 계약금으로 받았던 500억원을 돌려주고 다른 인수자를 찾아야만 한다.
최근까지 공격적 M&A를 통해 사세를 키웠고, 반면 그로 인해 증권시장에서 유동성 위기설이 돌아 홍역을 치렀던 두산그룹도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상징성 강한 주류(소주)사업을 팔기로 한 데 이어, 다른 비핵심자산 처분도 심각히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본사사옥으로 쓰이는 동대문 두산타워도 매각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밖에 대형 유통업체인 S사도 지방에 추진하던 유통매장 출점계획을 중단하고 수십억원대에 매입했던 입점부지를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외환위기 이후 헐값의 국내 부동산들을 '블랙홀' 처럼 빨아들였던 외국계 자본들도 이젠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유동성 확보가 스스로 발등의 불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는 이미 서울 명동 유튜존 상가와 동대문 상가 라모도빌딩을 내놓았으나 인수자가 없는 상황이다.
미국 제네럴일렉트린(GE) 계열의 부동산 투자회사인 GE리얼에스테이트는 서울 논현동 트리스빌딩과 경기 분당의 초림빌딩 등 4개 빌딩을 팔기 위해 신영에셋을 매각자문사로 선정했다. 이중 시가 900억원대의 한 빌딩은 9월에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 거래가 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호주계 금융회사인 맥쿼리그룹의 ㈜맥쿼리센트럴오피스도 최근 회사청산에 따라 충무로 극동빌딩 매각에 나서고 있으나, 1차 우선 협상대상자에 이어 2차 대상자였던 국민연금공단마저 매입을 포기, 재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계 ING생명은 서울 대학로 은석빌딩을 매물로 내놨으나 아직 매입의사를 밝힌 곳이 없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불황기엔 부동산에 돈을 묶어 도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다"며 "하지만 시장상황이 워낙 나빠 부동산매각이 기업들 뜻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