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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씁쓸한 근현대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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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명 칼럼] 씁쓸한 근현대사 논란

입력
2008.12.1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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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로 시끄럽다. 교육부가 고등학교 교과서 가운데 하나를 집어 좌편향이니 수정하라고 지시했다. 집필자들이 못하겠다고 버티자 출판사측에서 알아서 고치겠다고 한다. 이런 저작권 침해를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이를 떠나 교육부의 처사가 참 치졸해 보인다.

좌편향 바로잡는다며 우편향

그 교과서가 보수 인사들과 교육부의 마음에 안 들 수는 있다. 하지만 수정하라고 내놓은 안을 보니 집필자들이 항의한 대로 지엽적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또 좌편향 사관을 고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면면을 보니 모두 시대착오적인 우익 인사들이었다. 한국 근현대사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모두 시장주의와 사대주의를 대변하는 이념가들이다. 송복 이동복 이영훈 복거일…. 이들의 이념적 편향성은 '좌편향' 교과서 집필자들보다 더 심하다.

역사 교과서 문제는 비단 교과서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 대한민국의 이념 대결을 상징한다. 독재 시절인 20년 전에 나온 <해방 전후사의 인식> 이 운동권의 이념을 대변하여 좌편향이었다면, 그것을 반박하고 나온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 이나 <한국 근현대사(대안 교과서)> 같은 것들은 명백히 우편향이다.

나는 좌편향이든 우편향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단지 모두 편향된 점에서는 똑같다는 점을 강조한다. 어느 쪽도 객관적이지 않고 냉정하게 역사를 관조하려고 하지 않는다. 모두 역사를 자신의 이념에 꿰맞추어 한국 사회를 변혁하고자 하는 선전 도구로 삼을 뿐이다. 문제가 된 금성사의 국사 교과서는 오히려 이런 점에서 덜 이념적이다.

요즘 와서 특히 역사관의 충돌이 두드러진 것은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10년 집권이 보수주류 세력에게 일종의 위기감을 안겼기 때문이다. 이들은 진보 '좌파'들이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인하고 북한 정권을 추종하여 국가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들은 그러면서 일제 통치와 친일 행각을 정당화하고 군사 독재를 변명하거나 그 죄과를 무시한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바로 세우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민족 자존과 국가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반공 이념만으로는 결코 대한민국의 정통성이 바로 서지 않음을 이들은 모른다.

그런데 이런 주관적인 역사관은 자기 이익과 밀접히 관련된다. 보수 주류 언론은 일제 시대에 어쩔 수 없이 친일 행위를 했다. 그래서 과거사 조사라든가 친일 인사 명단 작성 같은 일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급기야 친일 행위를 옹호하는 주장마저 서슴지 않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제인과 정치인이 연합하여 이끌어온 대한민국사를 긍정적으로 서술해야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 그래서 친일, 독재, 저자세 외교 등에 대한 비판은 반미, 좌파 등의 편향된 서술이라면서 이를 삭제하고 긍정적으로 한국 현대사를 서술할 것을 공개 요구하고 나선다.

좌편향 사관 역시 대한민국사를 계급 투쟁과 민족 해방이라는 이념의 껍데기에 끼워 넣어 과장과 왜곡을 일삼는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라는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성과를 인정하지 않고, 그 부작용만을 강조하면서 스스로 못난 민족임을 대내외에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지적 사대주의도 결코 우파에 뒤지지 않는다.

교과서 수정지시는 비민주적

지금의 근현대사 교과서 논쟁은 결국 정치 투쟁의 일환이다. 어느 쪽도 객관적임을 주장할 자격이 없다. 교육부가 교과서 수정을 지시한 행위 역시 정치적이다. 정치와 이념을 떠나 다양한 견해를 수용하고 이를 학교와 학생들이 취사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민주 사회의 기본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교육부의 행동은 역시 비민주적이고 치졸한 행동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김영명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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