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인터뷰 석상에서 주저 없이 "(김)효범의 수비는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는 유재학(45) 울산 모비스 감독. "분위기만 잡아주면 됩니다. 놔두면 자기들이 다 알아서 해요"라며 특유의 미소를 띄우는 이상범(39) 안양 KT&G 감독대행.
선수들과 알몸으로 목욕을 하고 경기 후에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강을준(43) 창원 LG 감독. 한껏 멋을 부려 앨리웁 덩크를 시도하도록 독려하는 김상준(40) 중앙대 감독.
격세지감이다. 감독의 권위와 무게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선수 각자의 개성을 중시하며 팀 전력을 구축해가는 모습은 어느 베테랑 감독 못지 않다.
마치 친동생을 돌보는 '형님'과도 같은 모습으로 팀을 지휘하고 있는 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상승세를 타고 있다. 농구판에 '큰형님 리더십'이 뜨고 있는 것이다.
9일 현재 모비스는 단독선두를 질주하고 있고 KT&G와 LG는 각각 공동 2위와 단독 4위에 랭크돼 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변이다. 중앙대 역시 한국 아마추어 농구 사상 최다연승 기록인 52연승의 위업을 세웠다.
모비스와 KT&G는 신장의 절대열세를 끈끈한 조직력과 스피드로 극복했다. 남들보다 한 발 더 뛰도록 독려했고, 선수들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LG는 해묵은 약점이었던 팀워크 부재가 강 감독 부임 이후 말끔히 해소됐다. 중앙대는 아마추어 농구에서 보기 힘들었던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며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반면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운 '사령관형' 감독들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해묵은 전술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팀 전체를 끌고 가야 할 팀워크가 무너지면서 충분한 능력을 갖춘 선수들이 저마다 따로 돌아가고 있다. 감독은 "선수들이 내 말을 듣지 않는다"며 성적 부진의 이유를 선수 몫으로 떠넘기기 일쑤다.
한 구단 관계자는 "지금 젊은 선수들은 NBA(미국프로농구)를 보면서 자란 세대다. 선수들과 함께 뛰며 개성을 존중해주는 '형님' 같은 감독들이 성적을 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허재원 기자 hooa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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