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건설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참여정부 시기 효성건설 임직원들의 자금 흐름을 집중적으로 캐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사돈인 이명박 대통령이나 현 여권 뿐 아니라 과거 참여정부 인사들이 함께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8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문무일)는 효성건설 자금 담당 임원 안모씨의 계좌추적을 진행하면서 2002~2007년 기간의 자금 입출금 내역을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이 회사 자금 및 경리 담당 직원들과 전국 대형공사 현장소장 등 20여명의 계좌에 대해서도 같은 기간 동안의 자금 입출금 내역을 확인하고 있다. 이 기간은 참여정부 5년과 대부분 겹친다.
검찰은 이미 효성건설이 전국에 대형 공사를 진행하면서 인건비나 자재비, 하청업체에 대한 하도급 액수를 부풀리는 방법으로 10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 따라서 다음 단계는 자금의 사용처, 즉 정ㆍ관계 로비 여부 확인 작업이 될 전망이다. 대기업 비자금 수사의 종착역이 정ㆍ관계 로비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다만, 검찰이 어느 쪽을 겨냥할 것이냐는 점은 또 다른 문제다. 주목할 부분은 현재 검찰의 수사 대상이 당초 제기된 효성 비자금 조성 의혹과 전혀 다른 내용이라는 점이다. 지난 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사 의뢰한 사안은 효성이 2000년 일본 법인을 통해 수백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었다.
검찰은 9월말까지 이 사건을 거의 수사하지 않아 이 대통령을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비판을 받다가, 최근 들어 갑자기 효성 사건의 방향타를 틀고 의욕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이 새롭게 방향을 잡은 수사 대상 기간이 참여정부 시기와 겹친다는 사실이 예사롭지 않다.‘2000년’과 ‘2002~2007년’이라는 두 개의 시점은 정치적 함의가 전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사안만 수사할 경우 정치적 부담은 전적으로 사돈인 이 대통령 몫이 되지만, 수사의 초점이 참여정부 시기로 이동할 경우 구 여권 인사들도 안심할 수 없게 된다. 대기업의 정ㆍ관계 로비는 당시 집권세력에게 맞춰졌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대통령 사돈기업을 수사하는 부담을 덜기 위해 ‘물타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의 칼날이 참여정부 인사들에게 집중될 경우 검찰의 중립성이 또 한번 여론의 도마에 오를 수 있어 이 사건 수사는 검찰에게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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