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정모(36)씨는 5년간 알뜰살뜰 모은 7,000만원이 올 1년 만에 3,000만원이 됐다. 지출을 늘린 것도, 집안대사가 있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10월 중국펀드와 국내 증시(직접투자)에 고이 모셔뒀을 뿐. 9일 현재 수익률은 각 -43.04%(펀드), -52.48%(주식)다. 그나마 -60%대까지 밀렸던 중국펀드는 최근 좀 올랐다. 애써 잊고 살지만 정작 내년이 걱정이다. 아파트 중도금을 더는 빌릴 길이 없기 때문.
펀드 주식 등으로 대표되는 ‘금융자산 반토막’ 얘기는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장삼이사라면 누구나 다 물려있는 형국. 지난해 ‘펀드광풍’과 ‘코스피 2,000시대’에 열광하며 투자했던 이들은 올 겨울이 어느 해보다 춥고 시리다.
1년간(9일 기준) 코스피지수는 -41.71%, 국내 주식형펀드는 -41.43%, 해외 주식형펀드는 -49.10%를 기록중이다. 펀드광풍의 주역이던 중국펀드(-54.55%)와 올해 중국의 대안으로 떠올랐던 러브(러시아브라질)펀드(-55.85%)는 반토막 이상이다.
전체 평균만 따져서 그렇지 개개인의 금융자산 현주소는 더욱 암울하다. 상품이나 종목 선정을 잘못해 평균 수익률보다도 못하거나 돈이 묶여 고금리에 새로 빚을 내는 이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도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누구나 다 새해의 희망을 품어보지만 당분간 상황이 달라질 것 같지도 않다. 최근 증권사들이 내놓은 내년 국내 증시 및 해외펀드 전망은 대동소이하다. ‘상저하고’(上底下高). 국내 증시만 풀어보면 “상반기 경기둔화와 구조조정 등으로 800~1,000포인트에서 저점 확인한 후 하반기엔 유동성 장세로 주가가 잠시 급등(1,300~1,500)한다”는 것이다. 특히 실적이나 경제여건이 보장하는 상승이 아니라 ‘유동성 랠리’라는 게 맘에 걸린다.
액면상 상반기만 인내하면 될 것 같지만 시련의 강도는 매서울 것으로 보인다. 내년 상반기엔 온갖 악성지표가 쏟아져 ‘단군이래 최악’ ‘집계이후 최저’라는 머리글이 신문 1면을 장식할 것이란 슬픈 우스개소리도 회자된다.
계절상 봄은 어김없이 찾아오겠지만 경제의 봄, 심리적 봄은 더디고 더디 올 것 같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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