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시작될 12월 임시국회는 정기국회 못지않게 여야간 뜨거운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 직후부터는 테이블에 가득 쌓여 있는 법안 처리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여야가 무게를 두고 있는 우선순위에 별다른 접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외견상 여야는 공히 경제위기를 감안해 경제ㆍ민생법안 처리에 최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있다. 그런데 공통분모가 별로 없다. 한나라당은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활동의 자유 확대에, 민주당은 서민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한 법안에 각각 방점을 두고 있다.
한나라당이 "절대적으로 통과시켜야 한다"(홍준표 원내대표)는 생각을 갖고 있는 법안은 금산분리 완화를 골자로 한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 출자총액제한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이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의 통합, 예산안 심의 때 다루지 못한 교육세 폐지 등을 비롯한 감세법안들도 우선 처리 대상이다.
반면 민주당은 영세업체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저소득층 방과 후 활동 지원, 60세 이상 노인에 대한 틀니ㆍ보청기 비용 지원 등과 관련한 서민 지원입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또 세종특별시 특별법 제정을 통한 지역균형발전 정책기조 유지, 집회ㆍ시위 및 표현의 자유 확대, 종교차별 금지 입법 등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문제는 한나라당의 우선순위인 금산분리 완화나 출총제 폐지에 대해 민주당이 "시장과 금융에 대한 규제 강화라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이유로 '저지할 법안'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한 이들 법안의 처리를 밀어붙일 태세다.
대신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서민지원 입법을 놓고 고민 중이다. 명분상 반대가 쉽진 않지만, 예산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주장하는 이른바 '이념법안'과 미디어 관련법 처리는 당초 예상만큼 큰 충돌로 번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한나라당이 '여야 쟁점법안'을 별도로 분류해 야당과의 충분한 협의를 공언했기 때문이다. 홍 원내대표는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에 대해 "양보를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했고, 미디어 관련법에 대해서도 "무리하게 추진할 수 있겠느냐"고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념법안 저지를 우선과제로 설정했을 만큼 홍 원내대표가 언급한 정도에서 만족하진 않을 듯하다. 이미 휴대전화 감청 허용, 사이버모욕죄 도입, 집회 피해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 인터넷실명제 강화, 대북 전단지 살포 지원 등과 관련한 법안 모두를 '악법'으로 규정한 상태다.
첨예한 격돌이 예상됐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및 부수법안 처리를 둘러싼 긴장감은 많이 완화됐다. 한나라당은 대책이 마련되는 대로 상정ㆍ처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실상 연내 처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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