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요즘 그야말로 '샌드위치' 신세다. 한쪽에선 민주당의 재수정예산안 제출과 부자감세철회 요구 때문에 예산안 처리가 늦어졌다고 질타하고, 다른 쪽에선 여당과 예산안 처리를 합의해줬다고 난리다.
예산안 합의의 후폭풍은 8일에도 불었다. 민주당과 공조해 반(反) 이명박 정부 전선에 나서기로 했던 재야의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당내 민주연대가 연이어 정 대표를 항의차 방문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정부여당의 부자감세를 제대로 막지 못했고 민생예산 확보도 매우 미흡했다"고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모든 상임위 보이콧을 외치다 불과 사흘 만에 지도부가 합의 처리로 돌아선 점을 지적하며 투쟁성 부족도 질타했다. 민생민주국민회의와 민주노동당은 민주당과의 공조도 깰 수 있다는 경고를 던졌다. 정 대표는 거대 여당을 상대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내부의 역풍도 견뎌야 하는 힘든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하지만 정 대표의 더 큰 문제는 보수와 진보 진영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는 현 상태를 돌파할 출구가 마땅히 없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제1야당으로서 반MB 전선의 전위 역할을 해달라는 진보진영의 기대와 달리, 보수진영의 견제 속에 민주당이 고를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의 정치지형은 과거처럼 투쟁만 앞세워선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려워졌고, 그렇다고 83석으론 의회정치의 틀 내에서 보수여당의 독주를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어렵다.
정 대표가 이날 면담에서 "민주당이 상임위 보이콧을 계속할 경우 여당의 단독 처리 가능성이 높아 일부라도 성과를 내기 위해선 협상을 해야 했다"고 항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 측근은 "시민단체 인사들은 야 3당이 공조해도 장관해임 건의안 하나 낼 수 없는 현실을 모르는 것 같다"고 했다.
일단 이번 예산안 합의가 당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인 만큼 후폭풍이 오래 갈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반대 야당이냐, 대안 야당이냐의 기로에 서 있는 정 대표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 같다. 당장 여당이 각종 쟁점법안 처리를 강행할 올 연말이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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