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경기도내 한 고교에서 서울 노원구 월계고교로 전학 온 이원재(17) 군은 담임 선생님 소개로 '교복 물려주기 센터'를 찾았다 깜짝 놀랐다.
값이 싸다는 말에 그냥 구경이나 해보자는 생각에 갔던 그 곳은 일반 옷 가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별도의 탈의실은 물론 세탁한 교복이 비닐커버가 씌워져 옷걸이에 크기별로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다. 이 군이 더욱 놀란 것은 상상을 초월한 교복의 가격. 그는 겉보기에도 멀쩡한 교복(동복 바지와 재킷, 넥타이)을 단 돈 3,00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학교 관계자는 "입었던 교복이지만 품질이 좋고 값도 싸다"며 "올해들어 재활용 교복을 사 간 학생은 모두 141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지역 13개 중ㆍ고교들이 직접 참여하는 '교복 물려주기 운동'이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교복 나눔 운동은 선ㆍ후배 정과 애교심을 키우고, 어려운 경기여건에 고액 교복 논란을 잠재울 수 있어 학교들간 확산될 전망이다.
8일 노원구에 따르면 '교복 물려주기'운동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월 노원구가 지역내 중ㆍ고교에 제안하면서부터. 교복가격이 너무 비싸 사회문제가 되는 등 논란이 일자 학부모들의 시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일선 지차제가 적극 나선 것이다.
처음에는 8개 학교가 참여했으나 이후 점차 늘어나 현재 13개 학교가 후배들에게 교복을 물려 주고 있다. 노원구에는 53개 중ㆍ고교가 있는데 앞으로 동참하는 학교 수는 늘어날 전망이라고 구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노원구 학교들은 연결망을 갖춘 것이 특징. 학교별로 선후배간 교복을 물려주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참여한 학교마다 학생들로부터 기증 받은 교복을 모아 보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교간 연결망을 통해 학생들이 원할 경우 학교와 신체조건에 따라 저렴하게 교복(3,000~5,000원)을 구매할 수 있다.
참여한 학교들도 아이디어를 짜내는 등 열의를 보이고 있다. 우선 교복을 모은 뒤 이를 수선하고 깨끗하게 보관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했다. '입을 만한 옷'을 꾸준히 제공할 수 있느냐 여부는 성공적인 '교복 물려주기 운동'의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구는 수집한 교복의 평가기준을 만들었고 학교는 별도의 책임교사를 두고 교복의 일정한 품질을 유지해 올해 3월 월계고등학교 하복을 처음으로 내놓았다.
학부모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경제상황에서 무시 못하는 아이들 교복 값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고등학생 남매를 키우고 있는 주부 황정연(49)씨는 "제 가격에 샀다면 아이들 한 명당 60만~70만원(코트포함)이 들어야 한다"며 "요즘 교복은 예전 같지 않아 낡았다는 느낌도 들지 않는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노원구 관계자는 "지난해초부터 지금까지 재활용된 교복만 모두 1,737벌으로 금액으로 따지면 2억 4,600만원에 이른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다. 일부 학교는 선후배간 교복 물려주기에 시큰둥하거나 냉담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는 전체 20%대에 머물고 있는 참가학교 수를 늘리기 위해 인센티브 지급 등의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구는 8일 최우수학교로 선정된 경기공업고교와 중원중학교에 수집된 교복의 수선비 명목으로 각각 600만원의 상금을 수여했다.
노원구 이용식 교육진흥과장은 "작은 돈이지만 학생들로부터 교복값으로 받은 수익금은 연말 불우이웃돕기에 사용되고 있다"며 "천정부지 사교육비에 만만찮은 교복값까지 부담을 떠 안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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