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자동차 업계의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 최고경영진(CEO)들이 본격적인 사임 압력에 직면하고 있다. 경영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빅3에 단기 회생자금 150억달러의 당근이 전해지는 대신 CEO에게 경영 책임을 물어 채찍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7일 NBC 방송에 출연, 빅3사와 그 경영진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미국 자동차산업이 가진 중요성에 비춰볼 때 빅3가 붕괴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다"라고 지원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엄격한 단서를 달았다. "정부의 구제금융은 자동차 업계가 '정말로' 작동하도록 디트로이트가 '재창조'와 '군살빼기'를 할 수 있는가에 연계돼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의회가 조건이 달린 지원 패키지를 제시한 것을 올바른 일"이라고 했다.
'빅3' 경영진에 대한 불신감의 표현은 한층 매서웠다. 그는 "자동차업계가 반복적이면서 전략적인 실수를 저질렀다"며 "경영진이 현 상황의 긴박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강력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두루뭉실하게 조건을 달았지만 정부의 지원을 대가로 빅3 수뇌부의 퇴진을 사실상 처음 요구한 것이어서 이들의 대응이 주목된다. 오바마가 경영진 교체를 언급하고 나선 것은 국민의 세금이 구제금융에 사용되는 것에 대한 일부 정치권의 반대와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빅3의 구제금융 법안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크리스토퍼 도드 상원 금융위원장도 "경영진 교체를 구제금융 지원의 조건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릭 왜고너 GM 회장의 퇴진을 주장해 조만간 자동차 업체의 인적 쇄신이 본격화할 것으로 언론들은 전망하고 있다.
도드 위원장은 이날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나와 "자동차 업체에 정부 자금이 지원될 경우 왜고너 회장은 물러나야 하며 크라이슬러는 기본적으로 끝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른 업체에 합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포드에 대해서는 GM, 크라이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금의 여유가 있는 "가장 건실한 국내 자동차업체"라고 평가해 포드의 경영진 교체는 요구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오바마 차기 대통령과 의회의 퇴진 요구에 대해 GM의 스티브 해리스 대변인은 "GM의 경영진과 종업원, 딜러 등 회사의 모든 관계자들은 왜고너 회장이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적임자로 여기고 있다"며 왜고너 회장의 퇴진에 난색을 표시했다.
왜고너 회장은 지난주 AP와의 인터뷰에서 의회가 요구하면 사임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 경험이 부정적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회사를 위해 올바른 일을 해야 한다면 이사회와 협의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예정된 150억 달러 지원안에 대한 표결도 자동차 업계에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국 일본 등 외국 자동차 업체 공장이 위치한 남부 지역 출신 의원들은 빅3에 대한 지원으로 외국 업체들이 불이익을 받을 경우 해당지역 경제 위축이 예상된다며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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