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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벼랑위의 포뇨' 키워드로 前作과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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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벼랑위의 포뇨' 키워드로 前作과 비교

입력
2008.12.0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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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한국에서도 설명이 필요없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다. 18일 개봉하는 그의 신작 '벼랑 위의 포뇨'는 여전히 대중의 취향을 꿰뚫는 그의 창의력이 녹슬지 않았음을 확인시켜준다.

일본에서는 10월말 기준 1,200만명이 관람, 역대 흥행 2위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1,500만명)의 기록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벼랑 위의 포뇨'는 미야자키의 근작 중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가장 부드럽고 드라마의 굴곡도 완만한 작품이다. 그만큼 전작들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한층 가까워졌다. 그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변신'과 '환경'과 '동화' 세 가지를 키워드로, 전작들과 닮았으면서도 다른 '벼랑 위의 포뇨'를 살펴본다.

■ 변신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주인공인 18세 소녀 소피는 마녀의 질투 때문에 하루아침에 90세 노파로 전락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주인공의 부모가 돼지로 변신하면서 극의 진폭이 커진다. '붉은 돼지'에서도 변신은 주요 소재다. 파시즘의 발호에 환멸을 느낀 포르코 롯소는 스스로 주문을 걸어 돼지로 변한다.

'벼랑 위의 포뇨'도 변신을 극의 주요 계기로 삼고 있다. 사람 얼굴을 한 특별한 물고기인 포뇨는 다섯 살 소년 소스케를 만나면서 소녀가 되기 위한 욕망에 사로잡힌다. 포뇨는 마법의 힘으로 개구리가 되는 올챙이처럼 손과 발이 쑥 튀어나오는 과정을 거쳐 인간으로 변모한다.

하지만 '벼랑 위의 포뇨'에서의 변신은 전작들과 결이 다르다. 전작의 캐릭터들이 저주와 단죄, 세상과의 단절이라는 부정적인 변신을 겪었다면 포뇨는 사랑의 쟁취라는 긍정적 목적을 위해 변신을 꾀한다.

■ 환경

'벼랑 위의 포뇨'에서 포뇨의 아빠는 포뇨를 찾아 나섰다가 바다 속 오물에 기겁을 한다. "또 환경 문제야"라는 다소 볼멘소리가 나올 대목이다. 하야오는 젊은 시절 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赤旗)' 청소년판에 만화를 기고했을 정도로 좌파, 특히 아나키즘과 환경운동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 '벼랑 위의 포뇨'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천공의 성 라퓨타'나 '원령공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의 전작들이 인류에 대한 환경의 역습과 위협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면, '벼랑 위의 포뇨'는 환경과 인간의 친화에 방점을 찍는다.

바닷가 마을을 덮치는 쓰나미는 인간에게 고통을 주기보다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주고, 인간과 환경의 사랑을 이어주는 역할에 충실하다. 어린이를 통해 현실에 대한 통렬한 비판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말하고자 한 미야자키의 연출 의도가 엿보인다.

■ 동화

동서양의 다종다양한 신화와 동화 등을 교직해 새로운 상상력을 발현해내는 게 미야자키의 특기. '천공의 성 라퓨타'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하늘을 나는 섬나라' 편에, '이웃집 토토로'는 일본의 전설에, '원령공주'는 일본의 고대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벼랑 위의 포뇨'는 한스 안데르센의 고전 동화 '인어공주'를 원형질로 삼고 있다. 사랑 때문에 인간이 되고 싶은 사람 모양의 물고기가 사랑을 얻지 못하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설정에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단 영화는 '인어공주'와 달리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막을 내린다. 어둠보다 빛을, 부정보다 긍정을 지향하며 어린이들을 위한 밝은 동화를 완성하려 한 미야자키의 선택인 셈.

참, 포뇨의 물고기 시절 본명은 '브륀힐데'다. 게르만족의 영웅 서사시를 오페라로 옮긴 리하르트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의 '발퀴레' 편에 나오는 이름이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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