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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처럼 합리적 결정 내린 기아차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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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모처럼 합리적 결정 내린 기아차 노조

입력
2008.12.0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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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생산현장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물량 재배치와 혼류(混類)생산의 어려움이다. 경기가 좋아 모든 차가 잘 팔리면 그럴 필요도 없지만 불황이면 상황이 달라진다. 차종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고, 그러자면 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생산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누가 봐도 합리적이고,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시행해온 당연한 생산전략을 국내 자동차업계는 펼치지 못했다. 두 말할 필요 없이 노조 때문이었다.

노동 강도가 높아지고, 인력 재배치가 공장별 결속이 강한 노조를 약화시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현대차가 에쿠스 생산 중단으로 손을 놓고 있는 150여명을 제네시스와 투산 생산라인에 배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런 고질적 병폐를 깨고 기아차 노사가 물량 재배치와 혼류생산에 합의한 것은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무엇보다 노조가 강성 일변도,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양보하는 자세를 통해 상생의 길을 선택한 점이다.

물론 지금의 위기상황이 노조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를 없앤 측면도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불황은 이미 기아차에도 불어 닥쳐 내수와 수출을 합친 전체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나 줄었고, 판매가 급감한 레저용 차량(RV)은 감산에 들어갔다. 지금은 노동 강도나 예전보다 불리한 노동조건을 따질 만큼 한가하지 않다. 자칫하면 노조는 물론 자동차산업 전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다. 파탄 직전에 몰린 미국 자동차 '빅3', 벌써 대량 해고로 위기 대응에 나선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증명해 주고 있다.

10년 전 IMF사태 때 기아는 부도를 겪었다. 따라서 그 누구보다 "회사가 있어야 노조도 있고, 일자리가 있어야 근로조건도 따질 수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번 합의야말로 그 경험에서 나온 '선물'일 수도 있다. 위기일수록 노조는 다소의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생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회사는 어렵지만 고용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기아차 노사의 선택이 좋은 선례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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