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추락중인 성장률 전망의 중심은 수출 부진이다. 내수부진이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와중에도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던 수출이 급랭하는 것이야 말로 내년 우리경제를 비관케 하는 핵심 요인이다.
수출, 너마저…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지난해말 현재 우리나라 경제성장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5.7%. 내수(34.3%)의 무려 두 배 규모다. 그만큼 한국경제의 성장여부는 수출이 얼마나 잘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이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는 점. 11월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3% 줄면서 2001년 12월(-20.4%)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수출 증가율을 올해(18.5%)보다 크게 둔화된 3.2%로, SK경영연구소는 아예 올해보다 절대액 자체가 줄어들 것(-2.7%)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우리 수출품을 사줄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한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 신흥국들마저 내년 마이너스 성장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대 수출파트너인 중국 마저도 성장률 둔화가 확실시되고 있다.
내수도 마이너스
그렇다고 내수(투자+소비)가 수출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힘든 상태다. 우리나라의 내수부진은 경기적 요인이 아닌, 구조적 요인으로 이미 고착화된 측면이 짙다.
우선 소비. 3분기 민간소비는 2분기보다 0.1% 늘어나는데 머물러 사실상 '제로 성장'에 그쳤다. 소득이 줄어들자 소비자들은 교통(-2.5%), 통신(-1.2%) 같은 필수 지출조차 줄이고 있다.
3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실질 소비 증가율은 -2.4%. 정부마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을 당초 4.5%에서 2.5%로 2%포인트나 낮춰 잡았을 정도다. 현재 국내 민간 연구소들은 내년 소비 증가율을 1.7~2.8% 수준으로 잡고 있지만 내년엔 고용부진이 더 심화되고 소득감소폭도 더 클 것으로 보여, 소비는 더욱 움츠러들 가능성이 높다.
투자도 마이너스로 향하고 있다. 경기전망이 불확실해지자 기업들이 투자를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면서 올 들어 9월까지 설비ㆍ건설 투자액은 실질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늘어난 데 그쳤다. 침체가 가속화될 4분기 실적까지 감안하면 연간 기준 투자액은 2001년(-0.5%)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증가율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향후 설비ㆍ건설투자 동향을 예고하는 선행지표도 일제히 급감세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국내 기계수주액은 9월 현재 전년 동월비 33.4% 줄었고 건설수주액도 40.4%나 감소한 상태다. 지난달 한국개발연구원은 내년 설비투자 증가율을 올해(2.1%)보다 낮아진 1.9%로 예상한 바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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