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방화를 수십 차례나 일삼은 20대 남성에게 무기징역의 중형이 선고됐다.
지난해 4월 전모(28)씨는 새벽 거리를 거닐다 서울 중구의 4층짜리 다세대 주택 앞에 이르러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전씨는 3층으로 올라가 복도에 놓인 이불에 불을 붙였고, 불길은 삽시간에 건물 전체로 퍼져 주민 이모(당시 49세)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이 같은 수법으로 전씨는 2006년 4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31차례에 걸쳐 주택과 공장, 상가, 자동차 등에 마구 불을 질렀다. 건물 출입문을 막대로 막는가 하면, 불이 잘 옮겨붙도록 여러 곳에 불을 놓기도 하는 등 범행수법 역시 점점 잔인해졌다.
정씨의 범행으로 3명이 숨졌고 6명이 부상했으며, 재산피해도 20억원 이상이나 발생했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고의영)는 현주건조물방화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원심대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참혹한 결과가 예상되는데도, 아무런 망설임 없이 불을 지르는 등 인명 경시 태도가 심각하다"며 "전씨의 성격이나 범행 동기, 수법 등을 볼 때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높아 사회와 무기한 격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묻지마' 범죄의 대표적 유형인 방화범을 우범자로 분류해 특별 관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우범자 첩보수집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 방화죄로 실형을 받고 출소한 전과자를 '우범자'로 분류해 주기적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방화 범죄는 1,771건이 발생해 지난해 같은 기간(1,589건)에 비해 11.5% 증가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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