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지급여력비율이 150% 아래로 내려간 보험사 15곳에 자본확충 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제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금감원은 강제적으로 자본확충 요구를 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향후 지급여력비율이 100% 아래로 내려가지 않을 수도 있으나 선제적으로 자본확충을 권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상황 악화에 따라 앞으로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금리의 고공행진 때문. 보험사는 업종 성격상 자산의 상당부분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으로 운용한다. 금융불안으로 채권금리가 상승하면(채권가격 하락) 보험사들은 채권보유에 따른 평가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해야 한다.
평가손실은 곧 지급여력비율 하락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보험사는 채권 등 보유자산을 헐값에 매각해야 하고, 이는 다시 채권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는다. 7월말 현재 국내 보험사들이 보유한 전체 채권규모는 180조~2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주가하락 또한 한 원인이다. 주식은 보험사들이 주력해 자산을 운용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세법 규정상 주가가 하락해 생보사들이 판 변액보험에서 손실이 나면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한다.
한편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진 보험사 중에는 금융위기의 진앙지인 미국, 유럽 등에 본사를 둔 외국계 보험사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지급여력비율이 150% 이하로 내려간 생보사 9곳 중 동양생명, KB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3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계 보험사였다. 손보사는 지급여력비율 150% 이하 6곳 중 절반(프랑스계 교보악사자동차보험, 미국계 AIG손해보험, 미국계 재보험사 RGA)이 외국계다.
권고 여부를 떠나 보험사들은 상황의 심각성을 이미 인식하고 잇따라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미 생보사 중 10곳, 손보사 중 5곳이 증자 또는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힌 상황. 하나HSBC생명의 경우 하나금융과 HSBC가 각각 200억원씩 모두 4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연말 이전 실시할 계획이다.
ING생명도 연말 이전 네덜란드 본사로부터 후순위 차입 형태로 3,500억원 가량 자본을 늘릴 예정이다. 또 미래에셋생명은 1,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준비 중이며 KB생명, PCA생명, 그린손해보험 등도 자본을 확충할 계획이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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