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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선비들의 雪中梅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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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선비들의 雪中梅 사랑

입력
2008.12.09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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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성리학의 거두 퇴계 이황(1501~1570)은 매화를 유달리 사랑해 100편이 넘는 매화시를 지었다. 그것으로 자신의 사랑을 다 표현하지 못했다고 여겼는지, 퇴계가 숨을 거두며 남긴 마지막 말은 이것이었다. "저 매화 나무에 물을 좀 주거라."

과유불급이라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규율이 무연해지는 대목이 그들의 매화 사랑이다. 그 유별난 사랑이 어땠는지 보여주는 이종묵 서울대 교수(국문학)의 논문 '눈 속의 매화를 즐기는 법'이 계간 '문헌과 해석' 겨울호에 실린다.

선비들이 매화 가운데 최고로 친 것은 눈 속에 핀 매화 설중매(雪中梅). 그러나 봄철이 개화기인 매화를 눈 속에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설중매를 보기 위해 선비들이 벌인 천태만상을 소개했다.

우선 더운물 주기. 박장원(1612~1671)은 <구당집> 에 자신이 매화를 키운 법을 이렇게 적었다. "매화 한 그루를 얻어 마당에 심었는데 말들이 뜯어먹고 아이들이 잎을 꺾었다. 이를 불쌍히 여겨 가지 서너 개를 빼내 침실에 두었다.

그 해 세모에 하인을 시켜 끓인 물을 하루에 한두 차례 며칠 부어주었다. 가지에 눈이 생기더니 점차 커졌고 꽃망울이 맺혔다."

접붙이기 방법도 동원됐다. 강희안(1417~1464)의 <양화소록> 에는 복숭아나무에 매화의 접을 붙이는 방법이 소개돼 있다. "두 나무가 서로 닿는 부분을 깎아 붙인 다음 살아있는 칡덩굴의 껍질을 벗겨 단단히 잡아 낸다.

꽃봉오리가 맺히면 따뜻한 방안으로 들여놓는다. 자주 미지근한 물을 뿜어주고 옆에 뜨거운 화로를 놓아두어 찬 공기를 쐬지 않게 한다."

18세기부터는 요즘의 비닐하우스 개념인 감실(龕室)도 등장한다. 정극순(1700~1753))은 <이소매기> 에 자랑스럽게 이런 글을 남겼다. "날이 차기 전에 깊숙한 방에 넣어둔다. 왕성한 기운이 흩어져 꽃을 피우지 못할까 우려되면 작은 합(閤)을 만들어 담아 둔다.

먼지와 그을음이 절대 바깥을 오염시키지 않게 하여 맑은 싹이 안에서 자라날 수 있게 한다. 이 때문에 천지가 한창 추울 때 꽃을 피운다. 마치 신선이나 마술사가 요술을 부린 것 같다. 아아, 신기하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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