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함께 2006년 6월 농협 자회사인 휴켐스 인수에 참여했던 금융회사들이 검찰의 사정권 안에 들어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관련 금융업체 최고위층이 출국금지됐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오면서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 신한금융지주 계열사들
2006년 7월 태광실업은 그 동안 비밀에 부쳤던 휴켐스 인수 컨소시엄 명단을 공개했다. 6월에 농협으로부터 휴켐스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을 때에도, 태광실업의 컨소시엄 구성자는 공개되지 않았다.
박 회장 개인과 태광실업의 계열사 정산개발 외에 신한, 경남, 대구은행이 각각 5.62%, 신한캐피탈과 대한소방공제회가 각각 2.5%의 지분을 확보했다.
특히 신한금융지주 소속인 신한은행과 신한캐피탈이 동시에 참여한 것을 둘러싸고, 신한지주측과 박연차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신한캐피탈이 2006년 12월 인수한 김해 골프장 가야CC에 박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했던 정모씨가 이사로 선임되면서 의구심은 더욱 증폭됐다.
대검은 국세청으로부터 가야CC의 탈세 혐의에 대한 자료를 넘겨받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어서 신한캐피탈은 직간접적으로 수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05년 설립한 신한지주 장학재단에 참여정부 핵심 인사였던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이사로 참여한 사실까지 거론되는 등 금융-정치권간 커넥션 의혹이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 영남지역 은행들
박 회장의 주요 활동 무대가 영남지역이었던 만큼 컨소시엄에 참여한 영남지역 은행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중 경남은행은 창원지검에서 압수수색을 당해 박 회장과 관련한 의혹에 깊이 개입돼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창원지검 사건은 박 회장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박 회장의 자회사와 함께 경남은행이 압수수색 당한 것 때문에 박 회장 관련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다.
농협 경남본점도 경남은행과 함께 압수수색을 당해 '영남지역 은행권'이 이번 사건으로 한동안 수난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 검찰, 신중한 행보
검찰은 '휴켐스 헐값 매각 사건'의 전모를 밝히기 위해 이들 금융회사의 역할과 컨소시엄 참여 배경을 수사할 예정이다. 이들 금융회사들은 "재무적 투자자로 들어가서 매매차익을 노린 것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검찰도 아직은 참고인 신분 정도로 보고 있지만, 휴켐스 헐값매각이나 박 회장과 연관된 다른 의혹에 이들 금융회사들이 일정부분 역할을 한 사실이 밝혀지면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의 무한 확대를 경계하며 '선택과 집중'의 의지를 밝히고 있다. 최재경 대검 수사기획관은 "수사라는 것이 망라적으로 한 사람, 한 기업의 모든 것을 하는 게 아니다"며 "총장(임채진 검찰총장)께서 제일 싫어하는 게 그런 거다"라고 선을 그었다. 즉, 박 회장 의혹과 관련해 수사해야 할 것과 수사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겠다는 뜻이다.
어려운 경제상황도 검찰이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요소다. 이 때문에 검찰이 정치권 등 경제상황과 직접 관련이 없는 비리 수사에 집중하고, 금융권을 비롯한 경제계의 연루의혹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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