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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초등생 급식사고 '미스터리'/ 장어튀김 속 농약성분, 누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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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초등생 급식사고 '미스터리'/ 장어튀김 속 농약성분, 누가 왜?

입력
2008.12.0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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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연기군 남면 Y초등학교의 급식실 문은 10여 일째 굳게 닫혀있다. 지난달 25일 집단 농약중독 사건이 발생한 뒤 이 학교 전교생 130여명은 도시락을 싸 가지고 다닌다.

언제 급식실 문이 열릴지 알 수 없다. "농약 성분이 어떻게 들어갔는지 속시원히 밝혀져 다시 맘 놓고 급식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충격에 휩싸인 학부모와 학생들의 바람과는 달리 사건은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 수입장어는 누명 벗어?

지난달 25일 이 학교 급식실에서 점심을 먹은 학생 가운데 31명이 식중독을 일으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아이들의 동공이 축소되고 침을 흘리거나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것이 여느 식중독 증세와는 분명 달랐다.

2명은 밤새 의식을 잃으며 중태에 빠지기도 했다. 의료진은 약물중독을 의심했고, 혈액검사 결과 놀랍게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긴장했다. 이튿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급식 음식물 등을 보내 정밀분석을 의뢰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의 검사 결과 이날 급식 메뉴 가운데 장어양념튀김에서 농약 성분인 '카보퓨란'이 나와 장어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제초제나 살충제에 쓰는 카보퓨란은 아이들의 토사물에서도 검출됐다.

보통 식중독 사고가 그렇듯이 이 사건도 원인 식품이 장어로 밝혀지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이 페루산 장어는 6월 수도권의 수산물 유통업체가 수입한 것을 연기군 식품업체가 구입, Y초등학교에 납품한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수입업체가 보관 중인 장어를 압류 봉인하고 유통을 금지시켰다.

하지만 8일 반전이 일어났다. 국과수는 수입냉동장어 18㎏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한 결과, 카보퓨란이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또 장어양념튀김을 조리하는데 쓰인 밀가루, 고추장, 물엿, 식용유, 마늘, 간장, 양념류 등에서도 농약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 한마디로 장어를 비롯한 급식 원재료들은 모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 사람이 고의로? 실수로?

그렇다면 장어양념튀김에서 검출된 카보퓨란은 언제 어떻게 들어간 것일까.

경찰은 한 때 급식 조리를 마친 오전 11시50분부터 배식이 시작된 낮 12시20분 사이 30분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을 주목했다. 누군가 고의나 실수로 조리가 끝난 장어양념튀김에 농약 성분을 넣은 것으로 보았다.

왜냐하면 이 학교에서 조리된 장어장어튀김이 인근 2개 초등학교 학생 100여명에게도 배식 됐는데 그곳에서는 이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리과정이 다 끝나고 다른 학교 급식분이 배송되고 난 뒤 Y초등학교의 장어튀김에만 농약 성분이 추가됐다는 추정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빗나가고 말았다. 국과수의 분석 결과 급식 재료에는 농약 성분이 없었지만 장어를 튀기고 남은 폐식용유에서는 카보퓨란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결국 장어양념튀김의 '조리과정'에서 카보퓨란이 들어간 것은 분명해졌다.

그러나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사람의 짓이라면 누가, 왜 농약성분을 넣었을까. 그리고 똑같이 조리된 장어튀김을 먹은 학생 가운데 일부만 중독 현상이 나타난 까닭은 무엇일까 등등. 이 학교의 조리는 영양사 1명과 조리사 1명, 조리종사원 4명 등 6명이 담당한다.

경찰은 이들을 불러 조리실에서 '재연 수사'까지 벌였지만 특이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들은 자신들과 농약과는 무관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리실에는 한 달에 한 번 급식모니터링을 제외하고는 학부모와 학생 등 외부인은 출입하지 못한다.

경찰은 사건이 복잡한 양상을 보임에 따라 연기경찰서에 충남경찰청 수사2계를 긴급 투입, 총 20명으로 수사전담팀을 꾸렸다. 또한 조리원들이 당일 착용했던 조리복과 장갑, 모자 등을 추가로 국과수에 보내 정밀분석을 의뢰했다.

김택준 충남경찰청 수사과장은 "수입장어가 원인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한 것은 아니다. 수입업체가 보관 중인 280㎏ 전량에 대해 정밀검사를 실시하는 등 모든 가능성을 샅샅이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연기=전성우 기자 swch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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