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열차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을 뻔했던 네살배기가 성인이 돼 수소문 끝에 자신을 구해준 기관사를 찾았다.
프리랜서 방송작가 송문희(24)씨가 생명의 은인을 찾아달라며 코레일 홈페이지 '고객의 소리'난에 사연을 올린 것은 지난달 7일. 사고발생 만 20년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송씨는 당시 부모와 함께 제주도에 갔다가 서울에서 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가던 중 군포-의왕역 사이에서 출입문 계단을 통해 밖으로 떨어졌다. 승객이 너무 많아 객차와 객차 사이 연결통로에 서 있다 사고를 당한 것. 당시 열차는 출입문이 계단을 덮은 발판까지만 닫히고 발판 밑은 노출된 구조였다.
승무원들은 뒤따라 오는 열차들에 황급히 무전을 쳤다. 송씨 부모는 수원역에서 내려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지만, 다음 열차 2편이 지나갈 때까지 아무 소식이 없었다. 그러다 3번째 열차에서"아이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송씨는 이마와 발바닥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었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송씨를 구한 이는 당시 용산 발 서대전 행 비둘기호 열차를 몰던 기관사 한병욱(53ㆍ현재 KTX 기장)씨와 부기관사 차재학(51ㆍ현재 기관사)씨. 이들은 속도를 줄이고 사방을 둘러보던 중 철길 사이에 있던 아이를 발견했다.
차씨는"아이가 전신주나 침목더미 등을 기적적으로 피하고 부드러운 콩자갈 위에 있었다"며"얼른 다가가 '괜찮니 꼬마야'라고 묻자 그제서야 울음보를 터뜨렸다"고 회상했다.
코레일은 사연을 받은 즉시 사내 소식지와 메일을 통해 주인공을 찾아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침묵을 지키다 당시 사고를 아는 동료들의 권유로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차씨는"20년간 잊지 않고 고마운 마음을 가졌다는 게 오히려 고맙다"며"어엿한 전문직업인으로 성장한 송씨를 한 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했다.
송씨는 "가족에게는 잊고 싶은 악몽이었지만 부모님께서 '나중에 꼭 은인을 찾아야 한다'고 당부하셨다"면서 "얼굴을 뵙고 그동안 마음에만 간직하고 있던 감사 인사를 전하겠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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