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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경제대화 '甲처럼' 中은 훈수…'乙처럼' 美는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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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경제대화 '甲처럼' 中은 훈수…'乙처럼' 美는 굴욕

입력
2008.12.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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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5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미 전략경제대화는 양국이 200억달러를 세계 금융위기 해소에 쓰기로 합의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미국에게는 중국으로부터 경제학 강의를 들은 굴욕적인 이벤트로 기록될 것 같다.

이번 대화에서 중국은 미국에게 "저축률을 높이고 재정적자와 무역적자를 줄여라"라는 등의 훈수를 두었다고 AP통신이 5일 보도했다.

중국측 훈수는 첫날 수석대표인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미국측 수석대표인 헨리 폴슨 재무장관에게 "미국은 국내경기와 금융상황을 안정시켜 중국이 보유한 5,850억달러 상당의 미국 채권 등 미국 내 중국의 재산을 보호해야 한다"며 대미 최대 채권국으로서의 우려를 밝히면서 시작됐다. 이어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은 "미국 금융위기의 원인은 지나친 소비, 담보보다 과도한 채권을 발행하는 과도한 레버리지"라며 "미국은 구조 조정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저축률을 높이고 재정ㆍ무역 적자를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이례적인 훈수에 대해 AP통신은 "그간 쌓은 양국의 신뢰를 반영한다"고 풀이했지만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는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체면이 말이 아닌 가운데 나온 중국의 강의는 권력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전했다.

이런 분위기는 미국이 '손을 벌리는' 아쉬운 입장에 서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구제금융자금을 조달하려면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많이 매입해야 하며 글로벌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중국의 협조가 절실하다. 헨리 폴슨 장관은 이를 "이번 대화에서 우리는 세계경제체제를 강화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두었다"며 에둘러 설명했다.

중국은 이번에 양국 수출입은행이 개발도상국 수입상들에게 200억달러의 신용을 공여하자는 미국의 제안에 동의하면서 미국의 체면을 그나마 살려주었다. 또 중국의 금융기관과 국부펀드가 미국에 투자할 경우 미국 정부가 이른 시일 내에 허가하기로 합의, 중국 돈이 미국으로 흘러갈 수 있는 통로를 넓혔다. 하지만 미국이 원하는 2,000억달러 상당의 미 국채 매입 요구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편 미국이 맹공을 퍼부은 중국 위안화 환율 문제에서도 미국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수출기업의 경영난 완화를 위해 취한 위안화 절하를 보호무역 조치로 간주하는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환율 개혁을 지속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을 받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당분간 위안화가 지속적으로 절하할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해지고 있으며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서는 위안화 가치 하락을 계기로 부동산을 매각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상하이에서는 외국인의 부동산 매각붐이 진행되고 있다. 상하이에서는 한 외국인이 160만위안(3억2,000만원)의 아파트를 140만위안에 팔아치우는 등 일부 외국인들이 시세 보다 10~15% 할인된 가격에 부동산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베이징=이영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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