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트 연방이 해체된 후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키예프의 아파트에 방탄문을 설치한 일이었습니다."
구소련 붕괴 이후 자본주의화의 물결에 내던져진 우크라이나인들의 정신적 방황, 정치ㆍ사회적 혼란상을 풍자한 <펭귄의 우울> (1995)의 작가인 우크라이나의 소설가 안드레이 쿠르코프(47)가 한국작가회의 주최 '세계작가와의 대화'에 초청돼 서울을 찾았다. 펭귄의>
재정이 바닥난 동물원에서 분양받은 우울증에 걸린 펭귄과 단둘이 살아가는 무명의 소설가가 주인공인 <펭귄의 우울> 은 세계 32개국 언어로 번역된 그의 출세작이다. 우울증에 걸린 펭귄 미샤와 무기력한 소설가 빅토르는 급격한 사회ㆍ정치적 변화를 통과해온 1990년대 우크라이나인들의 자화상이다. 펭귄의>
"무리를 이루고 사는 펭귄은 그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면 방향을 잃어버리고 혼자서는 어디도 가지 못합니다. 소비에트 체제에 길들여져 있던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집단체제에서 분리된 뒤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꼭 펭귄을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근 국내 번역출간된 <펭귄의 우울> 의 후속작 <펭귄의 실종> (솔 발행)에서 작가는 경찰 대신 마피아의 보호를 받아야 했던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풍자했다. 펭귄의> 펭귄의>
쿠르코프 역시 첫 소설을 출간했을 무렵 마피아의 후원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작품 속에서 빅토르는 실종된 미샤를 찾기 위해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이미지 메이킹의 일환으로 자선사업가 행세를 하는 마피아 보스 출신 파블로비치의 보좌관 노릇을 하기도 한다.
"자네에게는 조그마한 집이 있어야 하고, 나에게는 보다 더 크고 튼튼한 집이 필요하지… 보호막이 사라진 연체동물에게 어떤 일이 생길 것 같은가?"라는 파블로비치의 물음은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의 현실을 보는 작가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전체주의에 길들여진 소극적 인간(<펭귄의 우울> )에서 능동적 인간형( <펭귄의 실종> )으로 바뀐 빅토르의 변모에서 알 수 있듯,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의 보통사람들은 다시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쿠르코프의 전언이다. 펭귄의> 펭귄의>
"시민들은 정상을 찾았는데 우크라이나의 의회는 마치 정신병원 같아요"라고 말한 그는 요즘은 친러시아ㆍ친서방계로 갈려 정쟁을 일삼는 정치인들에 대한 풍자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학의 역할은 사람들을 제정신으로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그는 "정치가나 선동가들에 의해 조종당하기 쉬운 사람들에게 올바른 판단력을 길러주는 역할을 문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나 키예프에서 살고 있는 쿠르코프는 저널리스트, 카메라맨, 시나리오 작가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ㆍ사진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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