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소탈해 보였다. 답변은 솔직하면서도 담백했고, 크게 웃을 땐 손으로 입을 가리지 않았다. 질문을 기다리는 호기심 가득한 눈에서는 아직 시들지 않은 소녀의 감수성이 엿보이기도 했다. 스타라는 거리감을 뒤로하고 누구라도 금세 친밀감을 느낄 듯했다.
영화 '달콤한 거짓말'(18일 개봉)에 출연한 박진희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달콤한 거짓말'은 한 여자와 두 남자의 묘한 삼각관계를 웃음으로 풀어낸 영화.
박진희는 부드러운 매너에 재력과 출중한 외모까지 갖춘 킹카 강민우(이기우)와 초등학교 때부터 무람없이 지내온 친구 박동식(조한선) 사이를 오가며 뜻하지 않게 기억상실증을 가장하는 한지호 역할을 맡았다. 푼수기 가득한 박진희의 연기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답습하는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는 "이번 영화의 느낌이 좋다"고 했다. "'달콤한 거짓말'이 예전 작품보다 더 잘돼야 하고, 더 잘됐으면 좋겠고, 더 잘될 것"이라며 자신감 섞인 소망을 피력했다.
"괜한 자신감이 있어요. 이번 영화는 꽤 잘 나온 로맨틱 코미디거든요. 연정훈과 출연한 '연애술사'도 느낌이 좋았어요. '만일 100만 관객을 못 넘기면 슬퍼서 이민 갈 거야'라고 생각할 정도였죠. 다행히 100만명이 넘게 봤죠. 배우의 느낌이 어느 정도 맞는 듯해요"
그의 나이 만 서른. 여느 여자배우라면 살짝 한숨을 내쉴 만도 한데 그는 "서른이 돼서 너무 좋고 편하다"며 활짝 웃었다. "자기 삶과 주변을 바라보는데 여유가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예전에는 이러저러한 일에 안달도 내고 그랬는데 요즘은 '뭐 어때' 하면서 넘겨요."
배우 생활에 대해서도 그는 집착을 버린 듯했다. "배우라는 게 계획을 세워 일을 해나갈 수는 없는 직업"이라며 "단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할뿐"이라고 말했다.
"20대 초반엔 고두심 선생님이나 김혜자 선생님 같은 연기자가 될 거라고 그랬어요. 잘 몰라서 그런 어쭙잖은 대답을 한 거죠. '연기가 왜 좋아'라는 질문엔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어서요'라고 답하곤 했죠. 지금 생각하면 참 낯간지러워요." 배우로 20대를 보내면서 깨달은 지혜가 묻어나는 말이다.
결혼적령기에 달한 나이임에도 "몇 살에 결혼하겠다는 생각은 없다"고 했다.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누군가를 보듬어 주고 무조건적으로 배려해줄 수 있을지 스스로 의심스럽다"며 미소 지었다.
그래도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이 요즘은 생겼다"고 했다. "이제 좀 진중하고 심지가 굳은 사람을 찾아봐야죠. 그런데 그런 남자는 다 이미 결혼을 해서…"
그는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대중에 알린 '여고괴담'에 대해 변치않는 애정을 드러냈다. 5편 제작에 들어간 '여고괴담' 시리즈가 신인 여배우의 산실이 된 것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나타냈다.
"선생님으로 출연해도 될 나이가 됐으니 감회가 새롭다"며 "출연 제의가 있으면 은혜를 갚기 위해 당연히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저에겐 특별하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첫사랑 같은 영화예요."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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