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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연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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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로 여는 아침] 연탄 한 장

입력
2008.12.0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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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 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초등학교 때 내 짝은 연탄배달부였다. 방과 후면 아버지의 리어카 수레를 밀며 산동네 골목골목을 누비던 아이. 말순이는 용의검사 때마다 손톱 밑에 낀 탄가루 때문에 늘 혼이 나곤 했다.

사내아이들은 그런 말순이를 ‘쿤타킨테’라고 놀려댔다. 스무 몇 해 만에 예전에 살던 마을을 찾아가보았더니 놀랍게도 말순이는 여전히 아버지와 함께 배달을 하고 있었다.

저 산등성이 어디에 아직 연탄을 기다리는 독거노인들이 있다고, 겨울바람에 쿨룩거리는 슬레이트 지붕들이 있다고. 연탄재가 손금에 배어 지워지지 않는 손으로 반갑게 맞아주던 말순이 앞에서 안도현 시인의 또 다른 시가 떠올랐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

손택수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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