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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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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광의 길 위의 이야기] 기행문

입력
2008.12.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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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드물게 여행자들이 있었고, 그들은 자신의 견문과 여정과 사색을 기록으로 남겼다. 하지만 현대의 연구에 의하여, 대부분의 기행문들이 - 문학적 향기 같은 것을 제거하고 여행정보의 관점으로만 본다면 - 매우 엉터리라는 것이 들통났다. 여정은 뒤죽박죽이고, 사색은 너무나도 주관적이고, 견문은 믿기 어렵다. 옛 여행자들의 불성실이 아니다. 여행이란 게 원래 그렇지 않은가. 자기에게 인상적인 것만 기억하고, 자신의 사색이 - 사실은 지독하게 주관적이지만 - 진리라고 믿는다.

시간이 흐르면 앞뒤가 안 맞기 마련인 여정의 재구성에, 자기만의 강렬한 인상과 주관적인 사색을 채우면, 대체로 엉터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 사람들의 기행문을 읽는다는 것은, 여행정보가 아니라, 여행자의 내면 풍경화라고 할 수 있는 문학작품을 읽는 것이다.

현대의 여행자들은 여행안내서 뺨치게 객관적인 기행문을 쓸 수 있다. 인터넷의 도움으로 여정과 견문의 애매모호한 기억을 명징하게 다듬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읽기가 힘들다. 사색은 남의 것을 베낀 것일 때가 많다. 경우에 맞지 않는 날선 주장을 하거나 자기자랑을 늘어놓거나 무턱대고 가르치려 들거나 해서 독자들 짜증나게 할 때도 많다. 여행자의 내면이 담겨있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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