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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예산이 국회의원 쌈짓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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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예산이 국회의원 쌈짓돈인가

입력
2008.12.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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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내년도 예산안 심의가 올해도 역시 늑장을 부리고, 졸속심의 논란을 야기하더니, 예상대로 예산안 처리 법정 기한인 2일을 넘겼다. 정기국회가 끝나는 9일까지 통과될지도 현재 돌아가는 형편으로는 녹록치 않아 보인다. 지난 6년간 예산안은 한번도 법정기한 안에 처리되지 못했다. 비정상이 관행이 되고 오히려 정상이 되어간다.

경제위기에도 다시 늑장 심의

지금처럼 벼랑 끝에 내몰린 경제위기 상황에서 위기를 관리하고 대처하는 수단인 국가 예산의 편성과 집행은 무엇보다 중대한 문제이다. 예산안이 정당과 지역의 나눠먹기 식으로 졸속 편성, 심의될 뿐 아니라, 그나마도 제때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경제위기 대처와 극복을 위한 국책사업을 비롯한 시급한 처방도 불가능해진다. 결국 민생과 국가 전체가 피해자가 된다. 이런 우리의 현실은 "1분이 아깝다"는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말이 상징하는 미국의 위기 대응 자세와는 사뭇 다르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당사자인 국민들은 크게 관심이 없고 크게 분노하는 것 같지도 않다. 예산안 늑장 심의와 늑장 통과가 이미 익숙한 관행이 되었기 때문일까. 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국민이 국가 예산안에 무관심한 현실은 우리사회의 '민주주의 인식'에 대해 보다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만약 국민이 국가 예산을 절실한 '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면 국회가 이런저런 정쟁거리를 빌미로 예산안 심의와 통과를 뭉개거나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가능할까.

프랑스 혁명과 미국 독립혁명은 절대권력으로부터 인간을 해방하고, 이성에 의한 사회의 진보를 믿는 근대를 창조했다. 근대는 좋은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이성적인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강조하는 민주주의를 구축했다. 민주주의는 개인의 이성을 믿었기 때문에 사적 영역을 존중해 주고 확장시켰다.

민주시민의 덕목은 사적 영역을 존중 받는 가운데 사회의 공적 영역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고 의무를 다하는 것이다. 만약 국민들이 사적 영역에만 몰입하고 공적 영역인 정치와 국가에 무관심하게 된다면 민주주의는 붕괴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모든 개인에게 돌아간다.

직접 우리 밥상에 오르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논란은 사적 영역의 문제였기 때문에 그토록 예민하게 반응했고, 예산안은 사적 영역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공적 영역으로 인식해 우리가 이토록 무관심한 것이라면 이는 분명 우리사회와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불길한 징조이다.

만약 쇠고기 수입 논란 때처럼 예산안 늑장 통과에 분노한 100만 시민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을 점령한다면 아마 예산안은 당장 내일이라도 통과 될 것이다. 굳이 촛불을 들고 나오지 않더라도, 최소한 다음 선거에서 정치인들이 그 책임을 추궁 당할 것이라는 점만이라도 확실해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다.

국민도 공적 관심 기울여야

현대 사회에서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사적 영역에 몰두하고, 개인의 발전과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또한 모든 국민이 공적 영역의 일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고 열성을 보이기를 기대할 수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민이 공적 영역에 무관심하고 둔감해질수록 민주주의는 멀어진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멀어질수록 사적 영역은 자의적인 권력에 의해 침범 당하고, 사적 영역에서의 개인적 행복추구와 실현 가능성도 멀어지게 된다. 정치세력과 국민 모두의 각성이 절실하다.

김상회 국민대 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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