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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LG그룹 IR 담당자 김수연·김정현·이향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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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愛] LG그룹 IR 담당자 김수연·김정현·이향림씨

입력
2008.12.0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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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옮기려고 잠깐 (주식에) 넣었는데, 폭락해서 망했소. 관리 안 해요? 내 돈 어떻게 할거요." 하소연은 그래도 양반이다. 아예 귀는 닫기로 작정한 채 다짜고짜 호통부터 치기도 한다. 심지어 회사 관련 기사와 공시까지 모두 좔좔 외며 "당시의 오판 때문에 망쳤다. 내 논리대로 했어야 주가가 올랐을 것"이라고 훈수까지 둔다. 안타깝고 괴롭고 난감하다.

세간의 오해를 날릴 한마디가 가끔 목젖에 걸린다. '저는 주가 띄우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생각만 해도 통쾌하지만 평정을 잃으면 안 된다. 돈 잃은 투자자들의 아픔과 분노까지 껴안아야 한다. 감정은 누르고 차근차근 시장 및 회사상황을 요점만 추려 설명한다. 수화기너머 상대가 수긍하면 다행, 행여 말이 안 먹히더라도 끝까지 경청한다. '이래서 일이 힘들다.'

#'중동의 보석' 두바이 출장, 게다가 투자할 돈이 넘치고 넘치는 갑부가 기다린다. 액면상으론 의욕이 살아날 수밖에 없는 프로젝트겠다. 그런데 웬걸 '큰손'은 사막에 계신다. 대체 끝을 알 수 없는 모래밭을 오직 1명을 만나기 위해 무려 2시간30분이나 헤맸다. 의욕이 스르르 달아난다.

드디어 터번을 두른 50대초반 남성과 만났다. '저 남자가 우리 회사 주식을 사긴 할까.' 그러나 포기는 없다. 생면부지의 부자 1인을 위한 본격적인 투자설명이 시작된다. 사전에 분석한 투자동향을 능동적으로 전달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고객 감동만큼은 자신 있으니까. 결과는 기대 이상, 상상 초월이었다. '이래서 일할 맛이 난다.'

무릇 모든 업(業)엔 명암이 있기 마련이다. 그때그때 부침(浮沈)을 제공하는 건 본인(업무능력)일수도 있고, 조직(회사경영)일수도 있고, 거대한 외부환경(거시경제)일수도 있다. 이중 단연 예민하고 제어할 수 없는 녀석은 외부환경. 주식시장 주변은 특히나 그렇다. 과학(각종 증시이론)과 예술(변동성 리듬), 심리(탐욕과 공포)까지 어우러지는 무대에선 전문가도 굴욕을 당하기 일쑤다.

증시 침체가 길어지면서 최근 일반의 득달 같은 공격목표가 되고 있는 직업이 IR(Investor Relations)이다. 특히나 소액 투자자들은 평소엔 생소했을 IR담당자를 흔히 '만만한 게 주담(주식 담당)'이라 부르며 울분을 맘껏 토해낸다. "주담을 비롯한 해당 업체가 주가관리를 안 해 망했다"는 게 불만의 핵심. 정말 그럴까.

김수연(37) LG디스플레이 차장, 김정현(32) LG화학 과장, 이향림(27) LG전자 대리 등 LG그룹 대표 IR 삼총사를 만났다. LG그룹은 2003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이후 IR을 강화하고 있다. 아니 "IR업무를 국내 최초로 확립했다"고 자부한다. 참고로 문헌상 국내 IR의 역사는 15년째(1993년 경동보일러 등의 회사설명회가 시초)다.

늘 그렇지만 오해가 생사람을 잡는 법이다. "회사 주가가 떨어지는 건 안타깝지만 IR은 주가를 관리하거나 무작정 올리는 일이 아니라는 것"(김 차장). 주요 정보 및 산업동향 등 회사의 가치를 가감 없이 투자자에게 알려 주가에 적정하게 반영되도록 하는 게 주업이다. 그래서 보통 IR을 '기업설명', '투자설명'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가끔 PR(Public Relationsㆍ보통 홍보)과 비교되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고 했다. "PR이 대중에게 주로 장점만 부각시킨다면, IR은 기존 혹은 잠재 투자자에만 한정해 사실에 입각한 장점과 단점을 모두 알리기 때문"(김 과장)이다.

투자자들의 원성에 대한 불만은 없다. IR은 기업과 투자자(시장)를 잇는 '신뢰의 통로'이니까. 물론 애타는 사연을 접할 때마다 회사를 대표하는 입장이라 안타깝긴 하다. 다만 IR이 어떤 일(기업의 대변인, 알림이)을 하는지 제대로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가끔 열리는 기업설명회 등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인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도 함께.

실제 '알린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같은 '네'라도 억양에 따라 질문이 되기도, 답이 되기도 하고, 같은 내용이라도 투자자 성격에 따라 긍정 혹은 부정의 신호로 엇갈리기 때문에 메시지 창작 능력과 소통의 기술이 필요하고"(이 대리), "복잡하고 어려운 관련 산업전반을 실시간으로 꿰고 있어야 하는데다"(김 과장), "국내 뉴스 및 외신, 조그만 흐름 등 세세한 정보를 놓치지않고 업무 중에 갑자기 찾는 투자자까지 대하려면 늘 긴장해야 한다"(김 차장)고 했다.

특히 해외 IR이 추세인 만큼 외국어 능력은 필수다. 셋 모두 미국 캐나다에서 공부한 재원이다. 물론 "언어는 수단일 뿐 눈빛과 몸짓 등 상황에 맞는 비언어적 응대방법을 연구해야 하고"(이 대리), "내부협조를 통해 관련 분야 지식도 전문가 이상으로 쌓아야 한다."(김 과장) 그래서 '언어+커뮤니케이션 능력+비즈니스 및 산업에 대한 실챨?이해'를 IR 3종 세트라 부른다.

누가 뭐래도 보람과 매력이 넘치는 직업이다. "우리 기업의 위상을 해외 투자자에 알릴 수 있는 기회"(김 차장)이자 "해외(1년에 10회 이상)와 국내에서 만나는 다양한 투자자를 통해 도리어 배움을 넓힐 수 있고"(이 대리), "회사 전체 직원을 대표할 뿐 아니라 경영진에게 직접 전달 및 보고할 수 있는 자리"(김 과장)이기 때문이다. 쳇바퀴처럼 정체되지 않고 시시각각 바뀌는 글로벌 이슈와 새로운 투자자 덕분에 늘 역동적이기도 하다.

한 조직에 매이다 보니 가끔 회사의 일방적인 입장만 대변해야 하는 경우도 생길 터. 하지만 그들은 사실에 입각한 정보만이 투자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는 상식을 경험을 통해 배운다. "한 증권사가 추측성 보고서를 쓴 뒤 주가가 떨어졌지만 '사실'을 진득하게 설명하자 다시 주가가 오른 것처럼."(이 대리)

그들은 소망한다, '(투자자들이) 주가의 향방이 아니라 회사(혹은 산업)의 미래 같은' 그들에게 허락된 것만 묻기를.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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