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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협 개혁 시늉만 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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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농협 개혁 시늉만 내서는 안 된다

입력
2008.12.0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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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개혁은 시늉만 내서는 안 된다. 세종증권 인수 비리가 터진 이 참에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또 다시 농협 임직원들이 떡고물을 챙기려는 정치권 로비에 휘말리거나 자신들의 탐욕 때문에 농협 구조조정이 용두사미로 끝나면 비리 재발을 막을 수 없다.

농협이 엊그제 이명박 대통령의 질책에 부랴부랴 내놓은 개혁안은 겉치레에 불과하다. 기존 틀을 깨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추진한다고 하면서도 핵심 과제인 지배구조 개선 방안은 내놓지 않았다. 신용사업 부문의 지주회사 도입, 인적 쇄신, 자산 매각, 경제사업 부문 자본확충 방안 등은 반쪽 개혁에 불과하다.

황제처럼 군림하는 회장과 회장의 거수기로 전락한 감사제도에 대한 개선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역대 민선 회장 3명이 줄줄이 구속되는 불상사가 일어난 것은 회장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었던 데서 비롯된 것인 만큼 지배구조의 혁신 방안이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

무엇보다 신용사업부문 대표, 경제사업부문 대표에 대한 회장의 인사권을 배제해야 한다. 회장의 연임이나 비상근 명예직으로 역할을 축소하는 방안까지도 검토해야 한다.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대표에는 독립된 인사위원회를 통해 전문가를 임명해야 경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9월에 농협법 개정을 통해 회장의 각 부문 대표 인사권을 배제하려다 지역구가 농촌인 일부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관련 조항이 법제처 심의과정에서 삭제된 것은 유감이다. 회장의 독단을 막을 감사위원회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처럼 회장이 30명의 이사 중 10명의 사외이사를 추천하고, 이들 사외이사 중 3명이 감사위원을 맡아서는 회장의 전횡을 막을 수 없다.

농민과 축산농가를 위한 경제사업은 강화하고, 신용부문의 문어발식 덩치 키우기는 규제해야 한다. 농협은 돈놀이에만 치중하면서 본업인 농축산물 구매ㆍ판매사업을 등한시해왔다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신용부문은 금융지주회사로 독립시켜 감독당국의 감독을 받게 해야 한다.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 농협에 대한 개혁을 속전속결로 추진해 농협이 제자리를 찾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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