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 지음/물레 발행ㆍ356쪽ㆍ1만1,000원
<신화의 시대> 는 지난 7월 타계한 소설가 이청준(1939~2008) 선생이 생전 지면에 발표했던 마지막 장편소설이다. 고인이 편집자문위원을 맡고 있던 계간지 '본질과 현상'에 2006년 겨울호부터 2007년 가을호까지 분재했다. 신화의>
고인의 평전을 집필 중인 문학평론가 이윤옥씨에 따르면 이 소설은 "10년 예정으로, 전체 3부작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작가 필생의 대작"이었다. 3부작의 첫 머리에 해당하는 이 작품의 배경은 구한말과 일제시대. 모두 3장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마지막 장이 핵심에 해당된다. '아기장수 신화'의 변용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소설의 주인공 소년 태산은 작가의 고향에 실존했던 인물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 요절하지 않았으면 큰 일을 했을 인물로 작품에서는 장흥 천관산의 정기를 타고난 소년으로 설정돼 있다.
1, 2장은 태산의 출생내력을 설명해주는 장. 작가의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녹아있다. 1장에서는 떠돌이 여자였던 '자두리'가 작가의 선조들이 정착했던 해변마을 선돌마을로 흘러들어오고, 천관산 산중에서 마을 남정네들로부터 윤간을 당한 뒤 태산을 잉태하는 사건이 전개된다. 2장은 역마살이 낀 구한말의 떠돌이 의사 이인영의 일대기다. 세 형제중 막내였던 이인영은 뛰어난 문재(文才)로 아버지로부터 가문을 일으킬 만한 인물로 낙점받았지만, 형들의 구박과 시기로 자의반 타의반 출향한 뒤 의관으로 이름을 얻고, 객지에서 병사한 뒤 백골이 돼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특히 2장은 장흥이 배출한 수재로 법관이나 고위관료가 되리라는 주위의 기대를 받았으나, 소설가로 입신해 숨을 거둔 뒤에야 고향 땅에 영면한 작가의 생애를 암시하는 장으로도 읽힌다.
이청준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라는 작품외적 의미가 아니더라도, 이 작품은 대가가 평생 쌓았던 공력을 실감할 만한 탄탄한 자기완결성으로 빛난다. 자두리를 겁탈한 6명의 사내들, 그리고 그의 아내들이 책임을 떠넘기기 위해 서로 대거리를 하는 장면이나, 술에 취해 사는 어부로 전근대를 상징하는 인물인 태산의 양아버지 장굴씨의 디오니소스적 광기를 표현하는 대목은 압권이다.
소설가 현길언씨는 "작가는 가족과 고향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본성과 역사의 실체를 읽고 있었다. 그것을 장중한 서사로 세상에 알리려 했던 이청준 선생은 그 어려운 일을 남은 자들에게 맡겨놓고 떠나버렸다"며 "그가 미완으로 남긴 이 작품을 완성하는 일은 사람과 역사에 대한 애정을 동반한 치열함과 정직함으로써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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