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한 감독입니다.”
평소 냉철하고 카리스마 넘치던 차범근 수원 감독의 모습이 아니었다. 우승의 여운에 취한 탓인지 오히려 목소리는 침착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안정환(부산) 김남일(고베) 등이 떠난 가운데 주전들의 줄부상으로 한때 힘든 시즌을 보냈던 만큼 우승에 대한 기쁨은 배가됐다.
차 감독은 이날 우승을 확정지은 뒤 “2004년엔 갑자기 와서 어영부영 우승을 했기 때문에 좋은 맛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정신이 나갈 만큼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다”면서 “정신이 없으니 하나씩 만 질문 해달라”고 운을 뗐다.
-우승 소감은.
“너무 정신이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다. 경기도 최고였고 분위기도 최고였다. 나는 행복한 감독이다. 많은 사랑을 받았고,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오늘 최고의 경기를 펼쳤고 우리가 챔피언임을 보여줬다. 선수들을 칭찬하고 싶다.”
-24일간 휴식기 동안 어떤 것을 주문했나.
“대학과 연습경기도 고작 3번이었기 때문에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선수들이 지쳐있는 상태라서 충전할 필요가 있다는 것에 주목했다. 과도하게 훈련할 경우 지난해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어 예상보다 강도를 줄였다. 1차전서 떨어진 경기 감각을 생각보다 빨리 회복하면서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에게 ‘여러분이 K리그 진정한 챔피언이다. 리그 1위이고 컵대회 우승을 했다. 언제나 챔피언이란 사실을 잊지 마라’고 강조했고 리그 1위가 우승을 못하면 모순이라는 생각에 그걸 위해서라도 챔피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예전과 달리 지도 스타일이 유연해졌다.
“감독으로서 공부를 많이 한 소중한 한해였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빠져나가면서 감독으로서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다른 때와 달리 선수들에게 마음을 열고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다.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 비주전 선수들을 기용한 것은 큰 모험이자 도전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컵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챔피언 우승에도 기여했다. 선수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졌고 선수들을 보는 안목이 넓어졌다.”
수원=오미현 기자 mhoh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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