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뱀파이어 영화지만 속 뼈대는 10대 청춘 멜로물. 그런데 뱀파이어라는 소재가 그 흔한 고교생의 사랑을 이렇게 자극적이고 스릴 넘치게 반전시킬 수 있다니. 미국 개봉 첫 주말 3일 만에 7,000만 달러 수익이라는 엄청난 흥행 성공을 거둔 영화 '트와일라잇'이다.
'트와일라잇'에는 연인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 삼각 관계, 남자의 남자다움, 목숨을 내놓는 여자의 희생 등 운명적 사랑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담겨있다.
7명의 컬렌 가족 뱀파이어들이 마치 채식주의자처럼 인간이 아닌 동물만을 흡혈하는 '문명적 뱀파이어'라는 장치는 있지만 어쨌든 두 남녀의 관계는 살인자와 먹잇감이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와 인간인 벨라가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운명적 사랑을 그리는 여느 영화라면 흔히 나올법한 넘지 못할 신분의 차이, 또는 알고보니 이복 남매라는 기구함을 부각시키는 설정이다.
벨라를 사이에 두고 잔인한 사냥꾼 뱀파이어인 제임스와 에드워드가 펼치는 대결은 핏빛 삼각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뱀파이어의 초인적이고 예외적인 점들은 그저 잘 생기고 당당한 부잣집 아들에게는 없는 다른 매력이 된다.
불량배들로부터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는 그 어떤 남자의 모습이, 벨라를 등 뒤에 숨기고 짐승 같은 눈빛으로 다른 뱀파이어들을 쏘아보며 그녀를 보호하는 에드워드보다 멋있을 수 있을까. 벨라의 피에 대한 유혹이 깊어지는 탓에 가까스로 욕망을 참는 두 연인은 또 얼마나 간절하고 안타까운지.
미학적인 흡혈귀 영화가 아니라 10대의 로맨스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햇빛 아래 하얗게 빛나는 뱀파이어의 매력을 받아들인다면, 웃음을 자아내는 과장과 촌스러운 유머까지도 용서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에드워드 역의 로버트 패틴슨은 '해리 포터와 불의 잔'에서 디고리로 나왔었고, 벨라 역의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패닉 룸'에서 조디 포스터의 딸로 등장했던 배우.
A급 스타를 캐스팅하지 않은 대신 청춘연애물의 구조를 뱀파이어 이야기로 변신시켜 관객을 유혹한다. 550만부가 팔린 스테파니 메이어의 소설을 원작으로, 여성 감독 캐서린 하드윅이 연출했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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