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수원’이 천하를 평정했다.
7일 오후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의 막을 내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한바탕 ‘축구 잔치’가 펼쳐졌다. 수원 삼성이 2-1로 앞선 채 챔피언결정전 2차전 종료 휘슬이 가까워지자 4만 1,044명의 관중이 운집한 ‘빅버드’는 ‘우리는 아시아의 챔피언’을 연호하는 수원 서포터스 ‘그랑블루’의 외침으로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펠릭스 브리흐 주심의 종료 휘슬이 길게 울리는 순간 차범근 수원 감독은 두 손을 번쩍 치켜 들고 그라운드로 달려가 ‘애제자’들과 한데 엉켰다.
3년간 절치부심한 차 감독의 ‘정상 탈환’ 꿈이 이뤄지는 순간이었다. 눈꽃이 흩날리는 가운데 일부 선수들은 추위도 잊은 듯 유니폼을 벗어 젖혀 서포터스석을 향해 던지며 기쁨을 만끽했고 샴페인 세례 속에 차 감독은 제자들의 손에 의해 허공으로 떠올랐다.
수원이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FC 서울의 끈질긴 추격을 2-1로 따돌리고 종합 전적 1승1무로 가슴에 네 번째 별을 달았다. 수원은 올 시즌 컵대회 우승, 정규리그 1위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우승컵을 차지하며 ‘퍼펙트 챔피언’의 신화를 완성했다. 컵대회, 정규리그, 플레이오프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기는 김호 감독 시절이던 99년 이후 처음이다. ‘축구 수도’를 자부하는 수원에 ‘두 번째 왕조’가 창건된 셈이다.
수원은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1차전과 달리 4-4-2의 공격적인 포메이션으로 나섰고 전반 11분 스트라이커 에두의 선제골로 포문을 열었다. 서울 진영 미드필드 중앙에서 얻은 프리킥 찬스 때 조원희의 슈팅이 서울 수비수 맞고 페널티에어리어 왼쪽 바깥으로 흘렀고 최원권의 클리어링 미스를 틈타 에두가 날린 슈팅이 골네트를 갈랐다.
서울은 전반 25분 이청용이 유도한 페널티킥을 정조국이 마무리,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며 기세를 올렸지만 수원은 전반 36분 다시 앞서나갔다. 전반 36분 왼쪽 측면 수비를 무너뜨린 에두의 문전 쇄도를 김치곤이 태클로 저지하자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키커로 나선 송종국의 슈팅을 서울 수문장 김호준이 막아냈지만 송종국이 재차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 천금의 결승골을 터트렸다.
서울은 후반 들어 미드필드 플레이가 살아나며 맹반격을 펼쳤지만 ‘골 결정력 부재’로 땅을 쳤다. 후반 10분 데얀이 완벽한 찬스에서 날린 헤딩슛이 왼쪽 골포스트를 벗어났고, 후반 14분 이청용, 후반 28분 아디의 슈팅은 ‘거미손’ 이운재의 선방에 가로 막혔다.
수원은 후반 종료 직전 신영록의 중거리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해 아쉬움을 남겼지만 대세에 지장을 주지는 못했다.
수원에 부임한 첫 해인 2004년 우승 후 ‘3전4기’에 성공한 차 감독은 “관중도 많고 경기 템포도 빨라 최고의 내용을 보여줬다”고 이날 경기를 평가한 뒤 “우승이 너무 늦어 팬들에 미안하기도 하지만 정신이 나갈 정도로 행복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수원=김정민 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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