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칼럼 쓰기로 했어. 뭐라고 쓸까?" "음…, 누나가 봐서 사실대로 써"
"그러려고 했는데 너무 욕만 쓸 것 같아서…" "사실대로 이해심 많고, 밥은 매일 사고, 배려심도 많다고 써줘. ㅋㅋ."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개그를 하는 게 삶의 낙이다. 사실은 썰렁한 '로우 개그'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만은 '하이 개그'라고 믿고 있는 (원)성진.
그래도 재미있고 따뜻한 면이 많아 그의 주변은 항상 외롭지 않다. 누군가 성진이가 엠씨몽을 닮았다고 했는데 그리고 보니 정말 닮은 거 같기도 하다. (이 사진은 정말 '몽'이잖아!!)
대체로 프로 기사들은 침착하고 조용한 성격이 많은 게 사실이다. 물론 간간이 명랑 쾌활형도 있지만…. 성진이는 우리가 자주 쓰는 표현을 빌자면 '민간인' 같다.
프로 기사가 특수한 직업이다 보니 다를 개성이 강한데 성진이는 일반 대학가에서 보는 남동생의 느낌이다. 음주가무에도 나름대로 능해서 술자리에도 자주 불려 다닌다. 근데 인터뷰나 공식적인 장소에선 오히려 완전 굳어 버리는 게 너무 적응 안 된다.
일년에 두 번 정도 젊은 기사들끼리 연수를 간다. 말이 연수지 실상은 놀러 거는 거다. 물론 바둑 리그전은 빼놓지 않지만. 연수에서 빠질 수 없는 게 각종 스포츠와 보드 게임, 고스톱 등등인데 역시 승부사들이다 보니 노는 것도 승부를 좋아한다.
이 중에서도 돋보이는 기사들이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성진이다. 운동 신경도 좋아서 테니스회와 등산회서 활동한 적도 있다. 바둑 둘 때 승부욕도 카리스마 그 자체지만 가끔 운동할 때 그 이기려는 눈빛도 결코 장난 아니다. 어휴 무셔~. 몽아, 적당히 해라.
85년생이니 나이로 보면 아직 어린 기사지만 입단한 지 벌써 10년이다. 한동안 송아지라 불렸는데 이제 더 이상 송아지가 아니라 황소다.
기사들이 입단이라는 관문을 통과하고 난 뒤에 약속이나 한 듯 한 번씩은 방황을 하는데 성진이는 항상 그 모습 그대로 열심이다. 보이지 않게 한 계단씩 꾸준히 밟고 올라가고 있는 그의 인내심이 대단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실력은 진작에 인정 받았지만 탑 클래스보다 약간 밀리는 감을 지울 수 없었던 성진. 드디어 작년에 천원전에서 우승해 첫 타이틀을 따냈다.
올해는 또 GS칼텍스배서 동갑내기 박영훈과 도전기를 벌이고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꾸준히 쉬지 않고 정상을 향해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항상 인간적인 모습 잃지 말고 정진하는 우리의 '몽'이 되길.
아침 지하철 훈남~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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