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중순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진 이후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이 공급한 원화 유동성은 20조원에 가깝다. 기준금리도 세 차례에 걸쳐 1.15%포인트나 내렸다.
그런데도 시중금리는 좀체 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회시채와 기업어음(CP) 금리가 오르는 등 자금 경색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금리를 내려도 돈이 풀리지 않는 근본 원인은 불확실성 탓이다. 옥석 가리기를 통해 기업이나 가계의 부실 여부가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한 유동성 경색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11일 열리는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행 4%인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에선 금리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인하 폭에 관심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실물경기가 빠르게 위축되면서 '3월 위기설'까지 등장, 경기 둔화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는 상황이라 동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해 사상 최저인 2.5%까지 낮추는 등 각국 중앙은행이 잇따라 금리를 내리는 것도 한은에겐 압박 요인이 되고 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1%인 연방기금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을 내비쳐 15, 16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대' 금리에 진입할 가능성도 커졌다.
문제는 인하 폭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 하강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정부와 시장의 금리인하 압박이 계속되고 있어 0.5~0.75%포인트의 대폭 인하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한은 내부에선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경기가 나아진다거나 신용경색이 풀린다는 보장이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경기 침체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금리인하 카드를 빨리 소진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연말을 앞두고 환율을 더욱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신중론이 공감대를 넓혀간다면 0.25%포인트의 소폭 인하에 그칠 수도 있다.
앞서 한은은 9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경상수지 규모, 물가 상승률, 실업률 등을 담은 '2009년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기획재정부가 8일 내놓을 '지방경제 활성화 대책'도 주목된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지방경제는 그야말로 고사 직전이기 때문이다.
고재학 경제부 차장 goind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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