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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빠진다면… " 마약성藥 10대들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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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빠진다면… " 마약성藥 10대들도 먹는다

입력
2008.12.0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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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팔아 1년간 5,200여만원을 벌어들인 가정주부 서모(36)씨. 그의 하루 일과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다이어트 관련 카페에 "아디(펙스) 또는 푸링(정) 팝니다"라는 광고 글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사회 분위기 덕분에 매일 2~3건씩 주문이 끊이지 않았다. 서씨의 고객은 간호사, 학원강사, 유학생, 여대생, 여고생 등 다양했다. 서씨는 이달 1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 급속한 확산… 관리 부재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비롯한 마약성 비만치료제 사용이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인구 규모로 따지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다. 국내 소비량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국제 마약감시기구가 2005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인 주석산 펜디메트라진의 연간 사용량은 세계 2위, 염산 펜터민은 세계 3위를 기록했다. 향정신성 의약품은 환각ㆍ각성효과나 중독성이 있어 남용할 경우 사람의 뇌 등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인체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식약청은 국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시장을 연간 450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개당 평균 거래가격 330원으로 환산하면 연간 1억3,500만정이 소비되는 셈이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평균 4개월 가량 복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약 150만명 가량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구매하려면 의사의 처방전이 반드시 필요하다.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는 보통 한달, 최대 석달까지만 처방이 허용되기 때문에 장기간 복용할 수 없다.

서씨에게 약을 산 사람들은 대부분 "중증이 아니면 의사들이 처방전을 잘 떼주지 않기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 구매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사면 1개월 치(30정)에 진료비를 합쳐 5만원 정도가 든다. 서씨는 8만~10만원을 받고 집이나 직장까지 배달해줬다.

이번에 적발된 인터넷 판매책 서씨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약을 대량으로 확보하지 못할 것을 알고 의사, 약사 등과 결탁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사 모았다.

서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15명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 허위처방전을 발급받는 방법으로 300여 차례에 걸쳐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1만3,000여 정을 샀다. 김모(43)씨 등 의사 3명은 불법인지 알면서도 매출을 올리기 위해 서씨에게 2~3만원을 받고 허위처방전을 발급해줬다. 또 고모(58)씨 등 약사 4명은 단골인 서씨에게 처방전도 없이 120여 정을 팔았다.

■ 무분별한 투약… 부작용 "몰라"

의사의 진료 등 정상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뒷거래되다 보니 10대부터 약을 시작하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약으로 체중을 감량한 1,066명을 대상으로 올해 초 설문조사한 결과, 10대부터 약을 복용해온 사람이 11%(118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부터 약에 의존해 체중을 감량한 사람일수록 20~30대 들어서면서 더 높은 용량의 약을 찾게 된다"면서 "살을 뺄 수 있다면 히로뽕 등 마약까지 손을 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했다.

약 성분을 모르고 먹거나 임신기간 중에도 약을 복용하는 오ㆍ남용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소시모 설문조사 응답자의 57.5%(613명)가 자신이 복용한 약 성분을 모른다고 답했다.

성분도 모르고 복용한 약의 절반 이상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였다. 소시모가 올 1~2월 입수한 비만치료 처방전 2,633건 가운데 향정신성 식욕억제제가 포함된 처방전은 절반을 넘었다. 주석산 펜디메트라진이 52.6%(1,386건)으로 가장 많았고, 염산 펜터민이 18.9%(498건)이었다.

염산 펜터민은 일부 항우울제와 함께 복용하면 '심각한 심장 유해반응'을, 영아에게는 심장질환, 고혈압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소시모 설문조사에 응한 여성 927명 중 7명은 임신 중이거나 모유 수유를 하면서도 성분을 잘 모른 채 약을 복용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살 빠지는 약을 먹고 있다는 김모(21ㆍ여)씨는 "빨리 살을 빼기 위해 파는 사람이 권장한 양보다 많이 복용했다가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못 자는 등 부작용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그러나 "무슨 성분인지는 모르지만 몸에 무리가 오더라도 약을 끊을 생각은 없다"고 했다.

시민단체들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의 불법 유통을 근절하는 동시에 의료인에 대한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희 소시모 식품의약품안전부장은 "비만치료전문가제도를 도입해 전문가에 의한 '체중조절 약물치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등 자발적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시모는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에 대해 ▲처방전 국가 제출 의무화 ▲적정 사용량, 연령대별 투약 규제, 투약 일수 제한 등 의료인 준수사항 확립 ▲약사의 처방전 검토권 강화 등 대책을 정부에 주문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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