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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 넘어선 개그맨

입력
2008.12.0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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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 사는 이종면(36)씨는 지난 수요일 밤 12시가 다 돼서 KBS2 TV로 채널을 돌렸다가 살짝 놀랐다. 일요일 밤 9시쯤 방송돼야 할 '개그콘서트'가 왜 이 시간에 나오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갸웃하던 이씨는 그 방송이 시사 프로그램 '소비자 고발' 코너의 하나인 '황현희의 똑똑한 소비자'라는 것을 이내 깨달았다. 개그맨들의 영토 확장이 계속되고 있다. 개그 프로그램을 발판 삼아 예능프로그램 진행을 주무르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에는 시사프로그램까지 진출하는 등 전방위에 걸쳐 맹활약하고 있다.

■ '여의도 블루칩' 부상

개그맨 황현희의 '소비자 고발' 고정 출연이 방송가에 던진 충격은 제법 크다. 개그맨의 활동영역 제한이 사실상 사라졌음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배우 문성근이나 김상중 등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한 전례가 있지만, 개그맨의 TV 시사고발프로그램 진행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지난 8월말 KBS2 TV '뮤직 뱅크'도 생경한 풍경을 연출했다. 개그맨 유세윤이 가수 서인영과 공동 MC로 첫 마이크를 잡은 것. 물론 개그맨의 가요순위프로그램 진행은 아주 낯선 풍경은 아니다.

이휘재가 2000년부터 3년간 '뮤직 뱅크' 진행을 맡았었다. 하지만 이휘재는 개그맨보다 만능 엔터테이너 이미지가 강한 연예인이다. 정통 개그맨인 유세윤의 MC 기용은 꽃미남 가수나 배우 혹은 매끈한 목소리를 지닌 아나운서의 전유물처럼 보였던 가요순위프로그램의 높은 진입장벽이 허물어졌음을 상징한다.

개그맨의 세력 확장은 라디오에서 절정에 달하고 있다. 최근 각 방송사의 프로그램 개편에 따라 더욱 많은 개그맨들이 라디오 DJ로 전진배치됐다.

윤정수가 KBS2 라디오 '이윤석 윤정수의 오징어'에 합류했고, 박준형은 '박준형의 네시엔' 진행을 맡았다. 송은이와 신봉선은 SBS 파워FM '송은이 신봉선의 동고동락'에서 호흡을 새로 맞춘다.

■ 그들만의 순발력

장르를 가리지 않는 개그맨들의 최대 강점은 역시 재치와 입담. 특히 '뮤직 뱅크'처럼 순간의 애드리브가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생방송 프로그램에서 이들의 재능은 더욱 빛을 발한다.

'뮤직 뱅크'의 정의석 PD는 "진행을 매끄럽게 할 만한 사람을 물색하다 유세윤을 낙점하게 됐다"며 "돌발 상황에 닥쳐도 침착하게 대응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순간의 재치가 필수인 개그프로그램에서 단련된 연기가 쇼 무대 진행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대본이 꽉 짜여진 시사프로그램인 '소비자 고발'도 개그맨 특유의 순발력 덕을 보고 있다. '황현희의 똑똑한 소비자' 코너는 시작과 마침 발언을 황현희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소비자 고발'의 최석순 PD는 "탤런트 등 다른 연예인에게 이 코너를 맡겼다면 그저 대본만 딱 소화하는 수준에 그쳤을 것"이라며 "재치 있고 적절한 애드리브는 역시 개그맨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라고 말했다.

개그맨들의 왕성한 활약에는 대외적인 요소도 작용하고 있다. 방송사들이 저마다 감량 경영을 외치는 혹독한 경제불황이 적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방송가의 한 관계자는 "제작비 절감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다재다능하면서도 몸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개그맨들이 중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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